예산안은 ‘순산’… 최경환法은 제동 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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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 진통끝 국회통과]
수정안, 찬성 114-반대 108-기권 40명으로 부결… 與 34명도 반대-기권

2일 오후 7시 30분경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과 수정동의안이 모두 부결되는 순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정은 굳어졌다. 최 부총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본회의장 뒤편으로 갔다. 같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등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부결된 상속증여세법은 이른바 최 부총리가 취임 직후 발표한 ‘새 경제팀 경제정책방향’에 따라 개정된 최경환법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최 부총리는 과거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국회의원 시절부터 가업상속에 따른 세 부담 완화에 큰 관심을 보였었다. 2010년 지경부 장관 시절 ‘중견기업 육성전략’을 발표해 가업상속 지원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고, 2011년 의원 시절에는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가업상속공제의 적용 대상을 늘리고 사후 관리요건은 완화하는 것으로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현행 매출 3000억 원 이하 기업에서 5000억 원 이하 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높은 상속세율로 기업을 물려줄 때 세금 부담이 너무 커 성장 가능성이 큰 장수기업을 육성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최 부총리가 각별히 애정을 쏟은 법안이고 이날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가 진통 끝에 수정동의안에 합의한 만큼 무난히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표결 결과는 ‘이변’이었다.

여야 수정동의안은 재석 262명에 찬성이 114명, 반대 108명, 기권 40명이었다. 정부가 제출한 원안에 대해서는 재석 255명 중 반대가 123명, 기권이 38명으로 찬성 94명을 압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사후 관리요건을 대폭 완화해 가업승계를 아주 쉽게 허용하는,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부결 투표를 호소했다.

야당의 반대는 그렇다고 해도 최경환법에 손을 들어 줄 것으로 예상된 새누리당에서 반대표가 심상치 않게 나왔다. 수정동의안에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7명이 반대표를, 유승민 의원 등 27명이 기권표를 던졌다. 이한구 의원은 두 법안 모두에 반대했다. 김태호 최고위원 등 6명은 원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른바 ‘초이노믹스’에 대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속증여세법 부결엔 친박(친박근혜) 핵심 실세인 최 부총리에 대한 당내 일부의 견제 심리가 발동된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제기됐다.

홍정수 hong@donga.com / 세종=문병기 기자
#예산안 통과#최경환법#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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