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국회 前에…” 초스피드 수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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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3명 영장발부 20분만에 구치소로

8월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돼 현직 국회의원을 국회 동의 없이는 구속할 수 없는 22일 0시를 불과 55분 남겨두고 법원의 영장심사 결과가 나오면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여야 의원 5명의 명암이 엇갈렸다.

○ 검찰, 영장 발부 의원 3명 신속히 구속 집행

서울중앙지검은 21일 오후 11시 5분경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자마자 새누리당 조현룡,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 의원에 대한 구속 집행을 초스피드로 서둘렀다. 자칫 시간을 지체하면 ‘국회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의 효력을 놓고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검찰은 두 의원을 밤 12시 이전에 구치소에 입감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영장이 발부된 지 20여 분 뒤인 오후 11시 29분 조 의원이 먼저 검찰청사 밖으로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승용차에 올랐고, 곧바로 오후 11시 30분 김 의원 역시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넥타이를 푼 채 나타난 조 의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고, 김 의원은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말만 남겼다.

5명의 여야 의원 가운데 오후 10시 5분경 가장 먼저 인천지법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곧바로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청사 안에서 구인된 상태로 영장 발부 여부를 초조하게 기다렸던 새정치연합 신계륜 신학용 의원은 영장이 기각된 지 20여 분 뒤인 오후 11시 23분, 32분에 각각 청사를 나와 귀가했다. 신계륜 의원은 “그동안 일방적인 보도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재판부가 객관적으로 다 들어줬다. 억울한 점이 많지만 다음에 말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신학용 의원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제 부덕의 소치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연기 요청했던 의원들 오후 들어 줄줄이 출석

앞서 이들 의원들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피하려다 결국 모두 출석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방어권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영장심사 연기를 요청했던 의원들은 오후 들어 등 떠밀리듯 태도를 바꿨다.

가장 먼저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건 김 의원이었다. 이날 오후 1시 55분경 예정된 시간에 맞춰 서울중앙지법에 나타난 김 의원은 차분한 목소리로 “처음부터 영장실질심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며 “예상보다 빨리 검찰에서 영장을 청구해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오후 4시에는 신학용 의원이 법원에 들어섰다. 카메라를 피해 법정으로 직행한 신 의원은 “당연히 나와야 되는 것 아니냐”며 다소 언짢은 듯 대답했다. ‘당 지도부와 상의했느냐’는 물음에는 “상의했으면 당에서 발표했지 그런 게 없지 않았느냐”며 자진 출석이 스스로의 결심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오전 잠적 상태였던 박 의원은 오후 5시 53분경 뒤늦게 인천지법에 출석했다. 박 의원은 ‘왜 도주했느냐’는 질문에 취재진을 향해 “수고가 많습니다”란 말만 남긴 채 법원으로 들어갔다. 박 의원은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 놓고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이에 인천지검 수사팀은 “소재 파악에 혼선을 주는 등 박 의원의 도피를 도운 사람은 범인도피 혐의로 엄단하겠다”고 압박했다.

오후 6시경 신계륜 의원이 당초 예정된 오전 11시보다 7시간 늦게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신 의원은 “당에서는 자료라든가 기타 반론 의사를 위해 한 번 연기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상의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생겨 출두하게 됐다”고 말했다.

5명 중 가장 이른 시간인 오전 9시 30분에 출석을 통보받았지만 가장 늦게 나타난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은 “자료를 정리하느라 늦었다. 도주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도주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오후 7시 26분경 취재진에 에워싸여 엘리베이터까지 직행한 조 의원은 기자들에게 붙잡혀 상의 어깨 부분이 살짝 벗겨지기도 했다. 조 의원은 앞서 차명 휴대전화를 갖고 사라져 차량까지 수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의원은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한 적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 검찰, 강제구인 집행으로 ‘출석’ 압박

검찰은 이날 여야 의원 5명 모두가 영장심사 연기를 신청하자 사실상 출석 거부로 해석했다. 검찰 내부에선 “물러서면 안 된다.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검찰은 전날 밤부터 의원들의 불출석을 예상하고 강제구인 집행 준비에 나섰다. 특히 이들 의원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던 검찰은 조 의원이 2주일 전쯤 마련한 차명 휴대전화의 전원이 갑자기 꺼지자 도주를 시도한다고 판단해 동선 추적에 나섰다.

검찰의 강경 대응에 의원들은 반나절 만에 줄줄이 법원 출석 의사를 밝혔다. “여당 의원들마저 야당의 방탄복을 입었다”는 말까지 나돌던 ‘방탄국회’가 뚫리는 순간이었다.

:: 구인장 ::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절차를 위해 피의자를 강제로 법원에 데려오도록 발부하는 영장.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보통 일주일 기한의 구인장을 발부한다. 구인장으로는 장소를 불문하고 강제 연행이 가능하다. 도주 우려가 있거나 임의출석이 어려워 보일 경우 검찰이 강제로 찾아 나설 수 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   
인천=차준호 / 변종국 기자
#신계륜#비리 의원#구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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