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캠프, 친박-친이-DJ계 ‘연합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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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르는 지방선거]
金, 16일 서울시장 출마 공식선언… 이성헌-허용범-오신환 등 합류
박선규-호남인사들 다각 접촉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사실상 서울시장 선거 출사표를 냈다.

김 전 총리는 10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신뢰외교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란 강연을 마친 뒤 “그런 쪽(출마하는 쪽)으로 생각을 거의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식 출마 선언은 한국에 가서 하는 것이 도리”라며 “늦은 만큼 더 열심히 서울시민과 당원의 마음을 얻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전 총리는 또 기자들에게 “40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에 관해 나만큼 다양하게 경험한 사람도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듣기에 따라선 경선 ‘맞수’가 될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을 향한 선전 포고로 해석됐다. 14일 귀국할 김 전 총리는 광역단체장 후보 공모 마감일인 15일 입당원서를 내고 후보 등록을 한 뒤 16일경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김 전 총리 캠프 사무실이 들어설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6층은 11일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박근혜, 김대중 대선후보 캠프가 이 건물에 있었다. 1995년 첫 민선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조순 시장 캠프도 여기에 있었다.

현재 김 전 총리의 캠프 총괄을 맡은 이성헌 전 의원은 대표적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다. 지난 대선 기간에도 조직 관리에 두각을 나타냈다. 국회 대변인을 지낸 허용범 동대문갑 당협위원장과 오신환 관악을 당협위원장 등 범친박계 10여 명이 김 전 총리 캠프에 이미 합류했다.

캠프 대변인 직을 제의받은 박선규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다. 박 위원장은 “김 전 총리와의 관계도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총리 출신이다.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캠프가 발족하면 다수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DJ) 정부 인사 일부가 캠프 합류를 타진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2012년 대선 기간에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한 DJ 측 인사들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호남 출신인 이들의 명단은 ‘보안’에 부쳐 있지만 경선 기간 ‘비밀병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DJ계 합류는 호남 출신인 김 전 총리가 외연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의원은 “친이계 인사는 물론이고 민주당 전직 의원들도 김 전 총리를 돕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친박, 친이, DJ계를 아우르는 다국적 연합군으로 캠프가 꾸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열 정비에 나섰지만 김 전 총리 측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몽준 의원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인지도 격차를 줄이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이를 위해 한시라도 빨리 김 전 총리가 직접 현장을 돌아다녀야 하지만 14일 귀국하는 김 전 총리는 공식 출마선언 후인 17일은 돼야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월에 미국으로 가지 말고 국내에 남아서 표밭을 다졌어야 한다”며 실기론(失期論)도 흘러나온다.

당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출마 의사를 내비쳤을 때 출마시기를 늦추라는 조언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며 “몸값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도리어 김 전 총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김황식#서울시장#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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