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의 ‘다른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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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盧의 그늘 벗어나기 시도… 호남 개혁공천-분파 극복 의지
햇볕정책 수정, 黨內 갈등 기류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는 김대중(DJ)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민주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이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라는 뜻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두 전직 대통령의 유산이란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김한길 대표(사진)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햇볕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두 전직 대통령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DJ로부터 시작된 햇볕정책은 노 전 대통령 시절에는 평화번영정책이란 이름으로 계승됐다.

김 대표 측 인사는 15일 “달라진 시대와 사회 경제적 여건에 정책도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화해와 교류·협력을 통해 평화적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햇볕정책의 대원칙은 살려가되, 북핵과 국제 정세 변화 등에 맞춰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새 대북정책의 내용, 사안별 대응 방안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민주정책연구원장인 변재일 의원은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개발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북핵을 막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신년 회견에서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分派)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한 것을 두고서는 당내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당 관계자는 “분파 행동에 대해선 징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호남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의 개혁공천을 다짐한 것은 결국 호남의 개혁공천을 의미한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선명성 경쟁을 하려면 ‘안방’인 호남에서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논의한 끝에 호남 광역단체장 3곳 중 1곳 이상은 전략공천을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새 대북정책에 대해 일부 민주당 의원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광주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통일의 원칙이자 가장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김 대표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당내 갈등은 증폭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김한길#햇볕정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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