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산상봉 파란불… 남북 23일 판문점 접촉

  • 동아일보

北, 우리측 제안 수용… “금강산회담은 8월말∼9월초 열자” 제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이 23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실무접촉 장소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북한이 예정일을 하루 앞둔 22일 판문점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정부가 9월 25일 개최하자고 수정 제의한 금강산관광 재개 관련 실무접촉에 대해서는 “금강산관광은 빨리 재개했으면 좋겠다”며 8월 말∼9월 초 금강산에서의 개최 희망 의사를 밝혔다.

23일 실무접촉에는 남측에서는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이, 북측에서는 박용일 적십자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이 각각 수석대표로 나선다. 이산가족 상봉 규모와 장소 등을 둘러싼 양측의 논의가 무난히 합의에 이를 경우 이산가족 상봉은 2010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상봉 시기는 추석(9월 19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명단을 확정하는 데만 한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추석 이전에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상봉 규모는 과거보다 더 늘리고 상봉 행사도 정례화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이뤄진 18차례의 상봉 행사 규모는 남북 양측에서 각각 200명이었던 14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100명이었다.

상봉 장소를 놓고는 남북 간의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금강산을 제시한 반면에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태도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과거 4차∼18차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리긴 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된 현 시점에서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의 분리대응 원칙을 세워놓은 만큼 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상황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게 당국자들의 생각이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당초 이산가족 상봉의 실무접촉 장소로 고집하던 금강산을 포기하고 정부의 수정 제안인 판문점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금강산-이산가족 상봉의 연계를 다소 느슨히 풀면서 남한과의 협상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 입장이 무뎌지고 강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원산관광특구 건설 등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금강산 관련 실무접촉의 시기를 이르면 8월 말로 당겨서 하자고 재차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두 사안의 연계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금강산 관련 회담을 살려나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담의 시기와 장소 등을 검토한 뒤 정부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과거처럼 이산가족 상봉의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당국자는 “이산가족 상봉 같은 사안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 정부의 원칙”이라면서도 “인도적 차원의 지원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산상봉#금강산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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