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억제력 흥정대상 아니다” 1주일만에 본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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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매체 “대화 내걸고 핵포기 헛꿈”… ‘6자 복귀’ 시간벌기 전략 짙어져
판문점 연락사무소 사흘째 가동 중단

북한이 14일 “핵억제력은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며 핵개발을 다시 주장하기 시작했다. 13일 남북회담 무산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돌리는 비난 담화를 내놓은 데 이어 본격적인 대결국면 조성에 나선 것인지 주목된다. 북한은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제안한 6일 이후 핵개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다.

북한의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결코 그 어떤 흥정물로 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이 기만적인 대화의 간판을 내걸고 ‘북의 핵 포기’를 위한 태도 변화에 대해 떠들며 우리의 핵억제력을 제거해 보려고 발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사이트는 “핵억제력은 억만금과도 바꿀 수 없는 것으로 그걸 어째 보려는 것은 헛된 개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핵억제력을 협상 탁자 위에 올려놓으려는 것은 생억지이고 우리가 위협과 강압에 못 이겨 핵억제력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이 북침 핵전쟁을 꾀하고 있다는 주장도 다시 나왔다. 우리민족끼리는 “기회가 조성되면 북침 핵전쟁을 기어이 도발하려는 것이 미국과 괴뢰들의 흉심”이라며 “내외 호전광들의 북침 핵전쟁 도발 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부수는 보검(寶劍)이 바로 우리 핵억제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중국에 특사를 보내 6자회담 복귀를 원한다며 비핵화 협상에 응할 듯이 행동한 것은 대화 압박을 모면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조선(북한)은 6자회담 등 다양한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는 남북 당국회담이 개최되면 한국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다. 이 경우 북한은 비핵화 언급 자체를 문제 삼아 대립 양상이 전개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도 금강산관광 문제와 연계하려 했기 때문에 당국회담이 성사됐더라도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알렉산더 만수로프 연구원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관광객 피격사건의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하듯이 북한도 개성공단 ‘인질’ 발언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며 회담 진행을 방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인질사태 시 구출작전을 감행할 것이라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북침전쟁 준비의 증거’ ‘최고 존엄 훼손’이라고 반발하며 공단 폐쇄의 빌미로 사용해 왔다. 북한은 이날 통일부에 대해 “아무 실권도 없는 청와대의 대변인, 상전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며 “통일부는 ‘핫바지’도 아닌 ‘핫치마바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까지 남북 판문점 연락사무소(적십자채널) 가동을 중단하고 사흘째 남측 연락관의 호출에 응하지 않았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핵억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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