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 타결]여야 4인, 문 걸어잠그고… 콘클라베식 협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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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가빴던 줄다리기 3일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선거회)’처럼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이 방에서 나가지 않도록 합시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17일 오후 2시경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막바지 협상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17일)을 넘기면 안 된다’는 협상 시한에 동의한 것이다.

오후 3시경 이한구, 박기춘 원내대표는 두 수석원내부대표를 밖으로 내보냈다. 간간이 고성(高聲)이 운영위원장실 밖으로 새어나왔다. 30여 분 뒤 두 수석원내부대표가 다시 들어갔다. 오후 4시경 사람 대신 타결 소식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오후 4시 20분 양당 원내지도부는 국회 귀빈식당에서 합의문에 서명했다. 정부조직법이 국회에 제출된 지 46일 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0일 만이었다.

협상 타결의 극적인 2시간(오후 2∼4시)을 만들기 위해 여야는 15∼17일 사흘 동안 심야 회동을 이어가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회동 직후인 15일 오후 9시 반 김기현,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에서 협상에 돌입했다. 이때만 해도 박 대통령의 요청 때문에 협상 전선이 오히려 확대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박 대통령이 기존 쟁점이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이외에 주파수, 개인정보보호 정책 관할권까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겨와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두 원내수석부대표는 타협점을 찾지 못했지만 “주말에도 계속 만나자”고 합의했다.

16일 같은 시간 두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에서 다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의 최대 쟁점인 SO 관할권의 미래부 이관 문제가 가닥이 잡혔다. 민주당이 방송 공정성 담보를 위한 해법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이달 3일 작성했던 잠정 합의문도 다시 꺼냈다. 당시 이견이 없던 부분을 살려내 합의문에 넣기로 했다. 그러나 방송 공정성 담보의 구체 방안 등을 놓고 새로운 진통이 시작됐다.

17일 이한구, 박기춘 원내대표가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담판을 이뤄내면서 끝없이 표류하던 정부조직법 협상은 마침내 정착지를 찾게 됐다.

홍수영·김기용 기자 gaea@donga.com
#콘클라베식#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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