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에 ‘전투태세’ 긴급지시… 예고한대로 판문점 직통전화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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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만에 긴장 최고수위
공장마다 총메고 경계… 주민들 전쟁 불안감 커져
서해지구 軍통신선은 유지

북한이 예고대로 키리졸브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시작된 11일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적십자 채널)를 차단했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던 1차 북핵위기 때만큼 긴장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적십자 한국 측 연락관은 이날 오전 9시 업무 개시 통화를 위해 북한을 호출했으나 아무 응답도 받지 못했다. 오후 4시 업무 마감 통화 때도 북한으로부터 호출이 없었다. 남북은 공휴일과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이 두 시간에 상대방을 호출해 통신선 이상 유무를 확인해왔다. 북한은 2010년 5월 정부가 천안함 폭침에 대응해 남북 경협 중단 등 ‘5·24조치’를 취했을 때도 일방적으로 적십자 채널을 차단했다가 이듬해 1월 복원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군사령부와 북한 사이의 통신선도 두절됐고 북한군 대표부도 판문점에서 철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개성공단 인원의 출·입경 통보용으로 쓰이는 남북간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여전히 작동되는 것이 확인됐다.

북한은 이날 전국에 전투동원태세를 지시하면서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노동신문은 “절호의 기회를 조국통일 성전으로 이어 가려는 전체 군대와 인민이 최고사령관(김정은) 동지의 명령만을 기다리며 전시 태세에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참고 참아 온 멸적의 불벼락을 가슴 후련히 안길 때가 왔다”며 “인민군 장병들이여, 미국 땅이 통째로 없어지게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날리고 불소나기를 퍼부어 침략자들과 (남북) 군사분계선을 날려 보내라”고 선동했다. 이 신문은 또 “총을 잡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입대·재입대를 자원해 나서고 있다. 온 나라에 일찍이 있어 보지 못한 인민군대 입대 탄원 열풍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 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11일 신의주 소식통을 인용해 “오전 10시부터 공장 기업소에 전투 태세를 갖추라는 긴급 지시가 하달돼 훈련이 아닌 실제 전시로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군부대는 물론이고 도당, 시당, 보위부, 보안서 등 전국에 ‘최후의 전면 대결전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으며 공장마다 실제 총을 메고 정문 보초를 서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당 보위부 등 주요 기관과 방송국 전화국 등은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지하 갱도로 들어가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중순부터는 주민들에게 국방색 복장을 입고 다니라고 지시했으며 차량에도 위장망을 설치하도록 했다. 가정마다 전쟁이 벌어졌을 때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챙겨 피란갈 수 있는 통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1월 말 전투준비 동원태세를 선포한 뒤 한 달 반 동안 이런 초긴장 상태가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피로감과 당국에 대한 불만도 팽배해지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편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며 “제대로 된 인재 등용도, 국정 운영도 못하는 것을 보니 준비 안 된 대통령인 듯싶다”고 비난했다.

조숭호·주성하 기자 shcho@donga.com
#북한#전투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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