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단일후보 문재인”에 곳곳서 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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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진통 막내린 3분 회견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23일 오후 8시 21분 무거운 표정으로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 기자실에 들어섰다. 특유의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입을 굳게 다문 모습이었다.

이날 저녁 안 후보가 직접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을 전달받은 기자 200여 명은 기자실을 가득 채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안 후보가 굳은 얼굴로 나타나자 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기자회견 직전까지만 해도 ‘안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에게 최종 담판을 위한 회동을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문 후보 측과의 대리인 협상이 결렬된 뒤 유민영 대변인이 “이제 남은 것은 후보 간 대화와 협의뿐이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합니다”라고 밝히는 순간 물을 끼얹은 듯 정적이 흘렀다. 안 후보는 이어 “여기서 더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이다”라고 말했다. “저는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다”라고 할 때는 감정이 북받치는지 울먹이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북받치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는 모습이었다.

안 후보가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일부 캠프 직원은 “안 됩니다”라며 고함을 질렀다. 캠프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고, 안 후보의 발언을 받아 컴퓨터 자판을 치던 기자들도 잠시 손을 멈추고 안 후보를 일제히 바라봤다.

일부 여성 자원봉사자는 울음을 참지 못해 방송녹음실과 기자휴게실로 뛰어 들어가기도 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라고 할 때는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안 후보도 눈물을 글썽이면서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 성원을 보내 달라”라고 말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중간중간 쉬면서 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대목에 이르자 얼굴이 심하게 떨리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을 닦는 취재진도 보였다.

안 후보는 “지금까지 저와 함께해 주신 캠프 동료들, 직장까지 휴직하고 학교까지 쉬면서 저를 위해 헌신해 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회견을 마쳤다.

안 후보는 3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실 입구에서 유 대변인과 캠프 직원들을 안고 잠시 흐느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바로 귀가했다.

이후 박선숙 김성식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수고하셨다. 감사하다”라며 인사했다. 눈물을 많이 흘렸는지 박 본부장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평소 무표정한 얼굴의 유 대변인도 “중간에 잘못했던 것들 정말 미안하다”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한 공보실 직원은 눈물을 흘리며 일일이 기자들의 손을 잡고 끌어안기도 했다.

캠프 건물 밖에선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지지자 100여 명이 모여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사퇴 소식을 듣고 일부는 “이럴 수 있느냐”라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안 후보가 귀가한 뒤에도 일부 지지자는 “안 후보가 새 정치를 할 사람인데 왜 사퇴를 해야 하느냐”라고 분통을 터뜨리는가 하면 얼굴을 묻은 채 통곡하기도 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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