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적용하려던 특검… 이시형씨 稅포탈 혐의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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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법 증여’ 카드로 선회

내곡동 대통령 사저 터 매입 의혹을 재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34)와 부인 김윤옥 여사(65)에게 편법 증여에 따른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최후의 카드를 빼 든 것이다. 청와대가 탄탄하게 대비한 논리를 깨고 어떤 식으로든 시형 씨를 처벌하겠다는 뜻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이 이 대통령 가족 사이에 편법 증여가 있었다고 보는 근거는 시형 씨가 땅을 사면서 실질적으로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시형 씨는 어머니 김 여사의 부동산을 담보로 2010년 5월 자기 명의로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6억 원을 대출받았고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79)에게서 현금으로 6억 원을 빌려 땅 매입 자금인 11억2000만 원을 충당하고 남은 8000만 원으로 취득세, 등록세, 대출금 이자 3000만 원을 갚았다. 시형 씨는 이 회장에게서 돈을 빌리면서 작성했다는 차용증 원본은 특검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45조 1항은 ‘직업, 나이, 소득 및 재산 상태 등으로 볼 때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별다른 자산이 없이 수천만 원의 연봉만 받는 시형 씨가 자신의 능력으로 이자까지 포함해 13억 원 이상의 돈을 갚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증여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증여 여부를 판단할 때 이자 납부를 본인이 했는지가 중요한데, 시형 씨가 연간 6000만 원 안팎(12억 원에 대해 연리 5% 계산)을 부담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시형 씨는 어머니 부동산을 담보로 농협에서 빌린 돈의 이자는 1년 치를 냈지만, 이 회장에게서 빌린 돈에 대해선 원금은 물론 연 5%로 계약했던 이자도 갚지 않고 있다. 결국 12억 원에 대한 증여세(세율 40%·4억8000만 원)를 포탈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조세특례제한법은 사기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한 경우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특검이 시형 씨에 대해 그 같은 점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검이 수사의 초점을 편법 증여로까지 확대한 것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형 씨가 자기 명의로 돈을 마련하고 이자, 세금을 낸 상태로 땅을 매입한 상황에서 이름만 빌려 줬다는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시형 씨가 이 회장에게서 빌렸다는 6억 원이 청와대 특수활동비이거나 이 대통령 돈이라고 입증하지 못한다면 “내가 산 땅이고 실제 집을 짓고 1년을 살려고 했다”는 시형 씨의 주장을 깨뜨리기 어려운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특검 내부에서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두고 논쟁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 토론에서는 9 대 1이나 8 대 2로 “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시형 씨가 부담할 땅값을 낮춰 결과적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 적용 문제를 놓고도 특검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졌지만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조사 여부와 조사 방식을 놓고도 내부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내곡동#이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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