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공세와 관련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영남지역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NLL에 관한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주장을 보면서 국정을 맡겨서는 안 될, 정말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세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0·4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공동어로구역은 NLL을 그대로 두고 NLL을 기선으로 등거리 또는 등면적의 일정 수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NLL 지키기와 평화, 경제적 이익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정말 훌륭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 후보는 “박 후보에게 묻고 싶다”며 “NLL을 평화적으로 지키는 데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보다 더 나은 방안이 있다면 제시해 보라”고 말했다. 문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으로 역풍이 불고 어려움에 빠지자 ‘NLL 공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직접 당 지도부에 내렸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영토선 부정 발언’ 의혹을 다시 제기하며 대화록 열람에 동의해줄 것을 거듭 민주당에 요청했다. 또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 쪽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국회 정보위에서의 여야 합의’ 또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따라 대화록을 열람하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여야 합의로 노 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진실을 밝힐 수 있지만 민주당의 동의를 받아내기 힘들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공방만 벌이다 정보위 의결이나 본회의 상정을 못하고 결국 흐지부지되는 시나리오로 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NLL 공방이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면 문 후보가 피해를 보면서 결국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만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 상황을 고려해 공세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NLL 의혹을 대선 정국의 주요 이슈로 만들어놓고 무책임하게 발을 뺄 수도 없다는 고민이 있다. 대화록 열람을 위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야당의 불참 또는 반대로 부결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대화록을 직접 공개하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국가 보안기록물인 문건을 세상에 알릴 경우 진위와 함께 입수 경위 등에 대한 역풍이 불면서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국가정보원이 정보위에서 대화록을 갖고 있는지 여부만이라도 확인해주는 차원에서 NLL 의혹 공방을 정리하는 방안도 나온다.
이날 국감에서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봤느냐’는 질문에 “국정원에 보관된 대화록을 열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천 수석은 열람 시점에 대해서는 “수석으로 부임해 얼마 안 된 시점으로 2년 전”이라고 말했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이어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기록관과 별도로 국정원에 최근까지 정상회담 대화록이 보관돼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금열 대통령실장은 ‘국정원에 보관된 대화록은 여야 합의하에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새누리당 김기현 의원의 질의에 “여야가 합의하면 법에 따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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