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영선, 박지원 조사중에 항의전화” … 박영선 “소설 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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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원내대표에 인정신문만 2시간’ 놓고 충돌

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오른쪽)가 자신에 대한 검찰조사와 관련해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해찬 당 대표(왼쪽)가 물을 마시며 박 원내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오른쪽)가 자신에 대한 검찰조사와 관련해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해찬 당 대표(왼쪽)가 물을 마시며 박 원내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검찰이 7월 31일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소환 조사하면서 ‘인정신문’을 두 시간 한 것을 놓고 민주당과 검찰이 뜨거운 논전을 벌이고 있다.

1일 검찰에 따르면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검찰에서 조사받고 있던 시간에 채동욱 대검 차장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제1 야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두 시간이나 ‘인정신문’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항의했다. 인정신문이란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인적사항과 경력 등 기본적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절차다.

민주당 측은 “검찰이 박 원내대표 출두 이후 몇 시간 동안 ‘인정신문’이라는 이유로 이름 직책은 물론이고 지나간 박 원내대표의 과거사를 하나하나 물었다”고 비판했다. 당시 몇 시간 동안 인정신문이 이어져 조사에 입회한 유재만 변호사가 항의하자 검찰 측은 수사 검사를 교체했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조사 도중 박 원내대표 측에서 “몇 시간 동안 인생역정만 물어보고 있다. 바쁜 야당 원내대표를 불러놓고 이게 뭐냐”고 항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측은 “인정신문을 불필요하게 진행한 것이 아니다. 항의에 따라 수사 검사를 교체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검찰 측은 “유 변호사가 어제 (인정신문과 관련해 민주당 측이 문제 삼은 것을) 사과하고 오늘(1일) 다시 찾아와 사과하고 갔다”며 “유 변호사는 ‘나는 검찰이 인정신문을 불필요하게 길게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유 변호사는 1일 오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검찰에 찾아간 것은 맞지만 사과한 적은 없다. 검찰이 심하게 한 게 맞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에게만 유독 인정신문을 길게 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사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제1야당 원내대표에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조사했겠느냐. 명백한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 의원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대검 차장검사에게 항의한 것은 명백한 수사 자율성 침해이며 수사 외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1일 오후 본보가 대검차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있는지 묻자 “거기다(대검차장) 항의한 게 아니다. 검찰 측에 가 있는 송호창 의원 등 우리 측 변호사한테 전화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법사위원장이 전화하면 외압으로 비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소설을 써라. 어떻게 그런 관점으로 보느냐”고 반박했다.

저축은행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국회에 보낸 박 원내대표 체포동의요구서를 철회했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영장 청구를 철회해달라는 국회의 요청이 있었고 어제 조사도 해 긴급하게 조사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정황이 분명한 만큼 다시 소환 조사한 뒤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 방침이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자기변명만 하고 돌아가 대질신문 등 추가적인 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르면 다음 주에 박 원내대표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추가 혐의가 드러나면 일정이 늦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 측은 “추가 소환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검찰이 재소환을 검토하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보니 아직 각성이 덜 됐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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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검찰#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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