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하루새 800명 탈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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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김재연 제명 부결 후폭풍… 분당위기 직면
650명은 “당비납부 중지”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되면서 통합진보당이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27일 하루에만 당원 1450여 명이 탈당하거나 당비 납부 중지 의사를 밝히는 등 당이 ‘집단 공황 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당내에서 “이제 희망이 없다” “더이상 당을 끌고 가기 어렵다”는 체념과 탄식이 쏟아지면서 통진당은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

당 게시판에는 탈당을 알리는 글이 빗발쳤다. 한 당원은 “다음 주 월요일(30일)까지 탈당계 5000명 이상을 향해 내달리자”며 집단 탈당을 촉구했다. “합의이혼이 최선”이라며 분당을 주장하거나 정당 해산을 요구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다른 당원은 “당신들(구당권파)은 승리했지만 대한민국의 진보는 죽었다”며 “차라리 새누리당을 지지하겠다. 진보인 척하면서 약자의 피 빨아 먹는 ‘양의 탈을 쓴 진보’가 도저히 싫다”고 썼다. 또 다른 당원은 “수구꼴통들과 다를 바 없는 이석기, 김재연 건 하나 처리 못하는 당과 지도부에 실망”이라며 무력한 당 지도부를 질타했다. 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약 800명이 탈당계를 냈고, 650명 정도가 당비 납부 중지 의사를 밝혔다.

○ 참여당 출신 당원 집단탈당 움직임

신당권파 강동원 의원은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분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며 “탈당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통진당 소속 의원 13명 중 유일하게 유시민 전 공동대표가 이끌었던 국민참여당 출신이다.
▼ 강동원 의원 “탈당 고려”… 참여당 계열 집단동요 ▼

탈당 의사를 밝힌 당원 중에는 참여당 출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참여계가 동요하고 있어 진정시키고 있다”며 “(탈당 문제를) 유 전 공동대표와 상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진당은 민주노동당(NL계·민족해방계열)과 진보신당 탈당파(PD계·민중민주계열), 참여당(친노무현 그룹)의 3개 세력이 통합해 만들어졌다.

참여당 출신 천호선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분당 가능성에 대해 “당을 혁신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지 냉정하게 모든 것을 열어놓고 의견을 폭넓게 들어서 최대한 빨리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분당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분당이 자칫 진보정치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진당의 최대주주인 민주노총도 지지 철회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노총은 5월 이, 김 의원의 사퇴를 전제로 당에 대한 ‘조건부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신당권파 박원석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통진당의 영혼이 노동인데 (민주노총이 지지를 철회한다면) 이게 무슨 진보정당이겠느냐”고 말했다. 5월 기준으로 당비를 납부한 진성당원 7만5000명 중 민주노총 조합원은 3만5000명에 이른다.

당 지도부는 잇달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강기갑 대표는 “진보정치가 갈 길을 잃었다”며 “성찰과 반성을 기대했던 국민과 당원에게 또다시 죄를 짓고 말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전날 제명안 부결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를 사퇴한 심상정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의원총회에서 당원들의 뜻과 국민의 바람을 거스르는 결정이 이뤄진 데 대해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이어 “힘으로 국민을 이기려 하는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회찬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진당이) 아직은 더 추락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통진당의 향후 일정은 안갯속이다. 강 대표는 핵심 당직자조차 임명하지 못한 채 혁신을 추진할 고삐를 놓쳤다. 원내 지도부의 공백으로 당무는 올스톱 상황이다. 조만간 열릴 중앙위원회에선 신당권파와 구당권파가 또다시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 무효표 던진 김제남의 ‘거짓말’ 논란

한편 신당권파 의원들은 무효표를 던져 제명안을 부결시킨 김제남 의원의 ‘거짓말’에 대해 “배신”이라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강동원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이 (23일 의총에서) ‘26일 제명안을 처리하면 두 의원에 대한 동시 제명 의결을 하겠다는 이야기냐’는 노회찬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도 이를 다시 확인했다”며 김 의원에게 변심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강 의원은 트위터에서 “김제남은 중립이 아니라 완전 석기파였다”며 맹비난했다.

반면 김 의원은 “사전에 제명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두 의원의 제명 ‘의결’에 합의한 것이지, 제명안 ‘가결’에 찬성한 것은 아니란 논리다. 그러자 박원석 의원은 “김 의원이 합의를 한 적 없다고 하는 것은 나머지 의원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김 의원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정혜진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통합진보#이석기-김재연 제명#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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