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팔짱끼고 활보하는 이설주, 7년전 인천에 왔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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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는 北의 23세 퍼스트레이디

26일 국가정보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렸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부인의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 이설주는 1989년생으로 20세가 되던 2009년 김정은과 결혼했으며 슬하에 1명의 자녀까지 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성 제2고등중학교를 나와 성악 전공으로 중국 유학까지 다녀온 예술인 출신의 이설주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이설주가 북한 국모(國母)로 데뷔하는 날짜는 빠르면 27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6·25전쟁 휴전일인 이날을 ‘전승기념일’로 기념하고 있다. 그동안 이설주의 동선은 금수산태양궁전(김일성, 김정일 시신 안치) 참배를 빼면 △공연장 △유치원 △놀이공원 등 생활형에 국한됐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김정은이 이설주를 27일 군사행사에 데리고 나오면 그녀가 ‘제2의 김성애’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예고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일성의 둘째 부인 김성애는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위원장을 거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까지 오를 만큼 대외활동이 왕성했다. 이설주도 25일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서 외국사절과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공개된 만큼 향후 활동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인민보안성 협주단 출신의 탈북자 김수희(가명·여) 씨는 “이설주는 2007, 2008년경 협주단에 들어왔고 그 직후 협주단이 은하수관현악단으로 승격됐다”며 “악단은 이틀에 한 번꼴로 찾아와 의상과 공연 방식을 챙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관리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설주는 첫인상이 김일성 부인 김정숙과 닮았다고 느껴질 만큼 고전적인 북한의 여성상”이라며 “김정은에게 이설주를 소개해준 사람도 장성택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게 사실일 경우 최근 김정은의 공개행사 80%를 수행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장성택이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남한에서 발전상을 보고 간 이설주의 경험이 북한의 대외개방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이설주는 2005년 9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육상대회에 응원단으로 참석했다. 이설주는 같은 해 12월 남한의 취재진이 금성 제2고등중학교를 방문했을 때 환영 행사에 나와 ‘내 나라의 푸른 하늘’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피바다 가극단 같은 국가 예술기관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2003년 3월 금강산에서 이뤄진 남북 청소년 나무심기 행사 참가단과 2004년 남북교사 회담 도우미 명단에도 이설주라는 여학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김정은의 부인과 동일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국정원 보고에도 불구하고 몇몇 수수께끼는 여전히 남았다. 정부 당국자는 “후계자와 결혼한 최고 존엄의 부인을 무대에 세우는 게 북한 사회에서 과연 가능한 것인지, 2011년 이후에는 가수 활동을 왜 그만뒀는지 명쾌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설주는 2010년 9·9절(정권수립일) 기념식에서 ‘타오르라 우등불아’를 불렀고 지난해 은하수관현악단 2011 신년경축음악회에서는 ‘병사의 발자욱’을 독창했다. 이설주가 지난해 12월 김정일 장례기간에 전혀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당시 상주 역할은 남편 김정은과 시누이인 김여정이 도맡았다.

중국 언론은 이설주의 한자 이름 표기를 놓고 혼선을 빚기도 했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25일 평양발 기사에서 이설주를 ‘李雪珠’로 표시했으나 이튿날 중국중앙(CC)TV는 북한 조선중앙통신 중국어판을 인용해 이름이 ‘李雪主’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25일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의 결혼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은 채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는 북한 주민이고 그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라며 “북한 지도부가 나라를 개방하는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북한#김정은#이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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