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강기갑號, 李-金 제명이 첫 시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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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진당 새 대표 선출

통합진보당이 15일 새롭게 출범시킨 ‘강기갑호’는 혁신 재창당을 기치로 내걸었다. 당 혁신의 첫 시험대는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 처리다. 이를 시작으로 해서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과 종북(從北) 논란 이미지를 걷어내고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를 복원하는 것이 강 대표 체제의 과제다.

최근 혁신파 심상정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에 이어 이날 강 대표의 당선으로 당 쇄신 작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당권파 강병기 후보를 11.6%포인트 차로 눌렀다. 조직력에서 앞서는 강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당초 예상을 뒤엎은 대승이었다. 이는 어떤 정파에도 속하지 않은 평당원의 당심이 혁신파의 손을 들어준 결과다. 따라서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한 이, 김 의원의 제명 절차 역시 이변이 없는 한 조만간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심 원내대표가 이끄는 의원단은 16일 의원총회를 열어 두 의원의 제명안을 다루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의총에서 당장 제명안을 처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혁신파가 당권을 잡자마자 당원을 쫓아내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당 관계자는 “두 의원의 제명이 당 혁신의 첫걸음으로 여겨지는 만큼 많이 늦추진 않는다. 이달 안에 처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권파는 이번 선거에서 중앙위원을 상당수 확보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권파는 이번에 확정된 선출직 당연직 중앙위원 86명 중 46명을 자파 소속으로 추산했다. 당권파 관계자는 “강 대표가 무리하게 강경 드라이브를 걸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강 대표가 임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과 지명직 중앙위원 10명을 중앙위원으로 추가 선임할 때도 중앙위원 86명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신임 지도부 견제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혁신파는 중앙위 구성 결과 자파 인사의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권파인 유선희 최고위원은 이날 신임 지도부 취임식에서 “당의 단결을 위해 당원의 제명 사태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당권파 이상규 의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의원의 제명과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에 연루된 당원의 당기위 제소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권을 장악한 혁신파가 당권파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과 중앙위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한 대국민 약속을 뒤집는다면 진보적 대중정당이라는 지향점이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통진당은 대선 정국에서 일단 자체 후보를 낸 뒤 공동정부 구성 등을 조건으로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 대선후보 경선에는 심상정 노회찬 의원과 유시민 전 공동대표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강 대표는 이날 취임사에서 “대선후보 선출로 강력한 진보정당으로 복원해 우리가 꿈꾸던 세상을 향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지분이 아닌 정책, 가치, 비전을 중심으로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진당이 비례대표 부정경선 위기에서 제대로 탈출할 수 있을지, 대선정국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우선 강기갑호의 혁신 성공 여부에 달렸다.

:: 강기갑 신임대표 ::

△경남 사천(59) △사천농고 △사천시농민회 회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민주노동당 대표(2008∼2010년) △17, 18대 국회의원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통합진보당#강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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