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 ‘유령 당원’에도 당지도부 선거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黨선관위, 당적 부정취득 62명 지역선거 투표권만 박탈
당권파 “당원가입 시스템 때문”… 위장전입 사실상 자인
비례 부정경선 2차 보고서 채택하려던 전국운영위 연기

구호 외치는 당권파 핵심 3인 통합진보당 당권파인 이정희 전 공동대표(앞)와 이석기(오른쪽), 김재연 의원이 24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당사 앞에서 열린 박영재 당원 영결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 씨는 지난달 당 중앙위원회의 혁신안 결정에 반발해 분신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구호 외치는 당권파 핵심 3인 통합진보당 당권파인 이정희 전 공동대표(앞)와 이석기(오른쪽), 김재연 의원이 24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당사 앞에서 열린 박영재 당원 영결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 씨는 지난달 당 중앙위원회의 혁신안 결정에 반발해 분신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통합진보당이 24일 ‘유령당원’ 논란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당적을 취득한 당원 62명에게 당대표, 최고위원 선거의 투표권을 주기로 했다.

통진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당규 위반에 따른 일부 선거권 제한 공고’에서 허위 주소 등록이 의심되나 이날까지 소명하지 않은 당원 62명에 대해 지역위원장과 대의원 선출 등 6개 당직선거의 선거권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5∼30일 진행되는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허용했다. 유령당원 의혹이 있는 동일 주소지 집단거주자의 경우 거짓 주소지로 신고해 ‘시도당 소속’이 문제일 뿐 당원 자격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당대표 선거 같은 전국 단위 선거에는 참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두고 “시도당에 당원 등록을 한 것 자체가 불법인 유령당원들에게 당 지도부 선거권을 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경시하는 당 풍토가 아직도 여전하다”는 비판이 많이 나온다.

유령당원 의혹은 30일 선출되는 당 지도부 선거에 경기도당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송재영 군포시당 위원장의 문제 제기로 알려졌다. 선거인 명부에 61명의 당원이 경기 성남시 중원구 중동의 같은 지번에 사는 것으로 돼 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본보 23일자 A1면
61명이 같은 중국집 거주? 통진당원 ‘이상한 주소지’


통진당 중앙선관위 조사 결과 경기 성남시(28명) 외에도 전남 순천시(9명), 서울 마포(7명) 종로구(6명) 등에서 주소지가 중복된 선거인단이 발견됐다. 반면 통진당 경기도당 선관위는 24일 “송 위원장이 제기한 163명의 동일 거주지 당원 중 대부분은 당적 이전, 탈당 등으로 정리되고 남아있는 당원은 연락이 두절된 14명이 전부”라며 유령당원 의혹이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당권파인 김미희 의원과 최성은 전 성남지역위 공동위원장은 “무책임한 의혹 제기”라며 반발했지만 이들의 해명은 ‘납득 안 가는 궤변’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 의원은 “4·11총선 직전 당원으로 가입한 경우 시스템의 한계로 성남지역위에서 당원 가입사항을 입력할 때 주거지에 ‘성남’을 넣지 않으면 신입당원으로 입력할 수 없었다”며 “그 과정에서 일부의 주소를 지역에 있는 단체 주소로 입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당권파가 다른 곳에 거주하는 당원을 성남으로 위장 전입시킨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또 김 의원은 “당원 61명이 속한 성남 주소지는 1층 중국음식점이 아니라 2층 재개발 세입자협의회 사무실”이라고 해명했지만, 61명의 주소를 모두 세입자협의회로 등록한 것 역시 유령당원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 43m²밖에 안 되는 이 사무실은 3월부터 비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1명 중 확인된 20∼22세 당원들이 재개발 세입자협의회 소속인지도 의문이다.

송 후보는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초 1명으로 등록돼 있던 ‘성남시 수정구 신흥1동 5○○○’ 소속 당원이 주소지 변경 과정에서 12명으로 갑자기 늘어난 이유도 석연치 않다”고 추가 의혹을 내놨다.

통진당은 24일 전국운영위원회를 열어 ‘비례대표 경선 부실·부정 사태에 대한 2차 진상조사보고서’를 채택하려던 일정을 연기했다. 당 관계자는 연기 이유에 대해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보고서를 꼼꼼하게 쓸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운영위는 26, 27일경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1차 진상조사가 부실하기 때문에 사퇴할 수 없다”며 “2차 보고서의 결론을 따르겠다”고 한 만큼 2차 보고서의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5·12중앙위원회의 결정에 항의하며 분신한 당권파 당원 박영재 씨의 24일 장례식에는 이석기, 오병윤, 김재연 의원 등 당권파가 총집합했다. 장례위원장인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노제가 진행된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진당 당사 앞에서 조사를 통해 “축출과 분열로 어떻게 통합을 완성할 수 있느냐”며 이, 김 의원의 제명을 추진하는 혁신파를 비난했다. 이어 “당을 보수 언론의 눈높이에 맞추고, 노동자와 농민을 멀리하는 것이 어떻게 혁신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권파의 결집을 노린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씨는 성남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 묻혔다.

[채널A 영상] 당원 61명이 같은 집 거주? ‘유령당원’ 의혹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통합진보당#중앙선거관리위원회#유령당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