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깨지나]‘열 받은’ 유시민 이정희에 “뭐 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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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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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권파-비당권파, 전국운영위 회의서 정면 충돌

이대로 등돌리나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국운영위원회 모두발언에서 “편파적이고 부실한 진상조사위의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뒤 자리를 옮기고 있다. 왼쪽은 비당권파인 심상정 공동대표.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대로 등돌리나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국운영위원회 모두발언에서 “편파적이고 부실한 진상조사위의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뒤 자리를 옮기고 있다. 왼쪽은 비당권파인 심상정 공동대표.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통합진보당의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와 비당권파인 심상정, 유시민 공동대표가 부정선거로 드러난 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을 둘러싸고 4일 정면충돌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전국운영위원회 개막 초부터 “진상조사단 보고는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이나 사실관계 조사가 없어 수용할 수 없다”며 공동대표단이 구성했던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스스로 부정했다.

유, 심 대표는 분당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강력 반발했다. 부정선거 사태가 불거진 이후 대표단 갈등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발언을 자제했던 두 대표는 이날만큼은 이 대표와 당권파에 대해 작심한 듯 날을 세웠다. 비당권파는 대표단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경선으로 순위가 결정된 비례대표 후보 전원(14명) 사퇴를 전국운영위 의결 안건으로 기습 발의했다.

전국운영위는 당권파 소속으로 보이는 50여 명이 참관인 자격으로 회의장 뒤에 빼곡히 선 채 진상조사위원에게 욕설과 고성을 퍼부으며 아수라장이 됐다. 이들은 이 대표 발언엔 “대표님 힘내세요”라며 환호를 보내고 박수를 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당원들은 소명 기회도 받지 못한 채 부정선거 당사자로 내몰렸다”며 “누가 진보정치에 십수 년 몸바쳐 온 귀한 당원들을 부정행위자로 내모는가. 진상조사단은 당원을 모함하고 모욕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상조사위 활동 기간은) 내가 다른 공동대표에게 당무를 부탁하고 (휴가를 냈던) 2주간”이었다며 진상조사단 구성의 책임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표는 “오늘(4일)까지 (대표단과) 협력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럴 때마다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중요하지 않고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한 때라는 말을 들었다. 당권파와 함께 철수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비당권파의 대표단 즉각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 요구를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일축하며, 12일 중앙위원회 이후 사퇴할 의사를 밝혔다.

[채널A 영상]통진당 당권파, 분당 무릅쓰고 버티는 이유는

유 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원래 인사말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해야겠다”며 마이크를 잡고 “부정이냐 부실이냐를 떠나 민주주의 일반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당이 쇄신하고 국민의 눈높이로 대화할 기초를 만들지 못하면 당의 앞날이 매우 불투명해질 것”이라며 “우리가 바르게 행동하고 있다는 확신이 흔들린 것이야말로 당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오늘 아침 만난 민주노총 산별대표자들은 이 당을 고쳐 쓸 건지, 폐기할 건지 고뇌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었던 것이냐’라는 절규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통진당은 자유로운 결사체이지만 헌법으로 뒷받침되는 공당이다.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조직의 폐쇄적 논리로 치부를 가리는 낡은 관성과 유산을 과감하게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위원장인 조준호 공동대표는 “(조사 결과를) 두 번, 세 번 충분히 검토했다”며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였음을 강조했다. 당권파인 이 대표가 ‘의혹만 내세우는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공격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민주노총 출신의 한 운영위원은 “진보는 도덕성으로 살아야 한다. 만약 새누리당이 이런 일을 저질렀으면 우리가 어떻게 했겠나”라며 뼈저린 자성을 촉구했다.

참관인 50여 명은 진상조사위가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는 내내 “가능성 있는 의혹을 제기하라” “장난하냐, 우리가 호구로 보이냐”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고성과 야유를 보냈다. 이들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19대 국회의원 13명’을 배출한 공당의 공식 회의라기엔 민망할 정도였다. 회의장에 온 대학생들에게 “너희들 끝날 때까지 어디 가지 마”라며 독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당권파인 김승교 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당이 어려운 상황이라 개별적 부실과 부정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조사했어야 한다”는 황당한 논리를 펼쳤다. 그는 “온라인투표 시스템이 문제 있다면 이 시스템으로 경선을 치러 후보가 된 총선 지역구 당선자들도 안전하겠나”라고도 했다.

조사 결과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일부 운영위원의 문제 제기 수준은 코미디에 가까웠다. 한 운영위원은 조사단이 대리투표로 의심되는 인터넷주소(IP)를 통해 투표한 선거인단을 전화로 조사해 일부에게서 ‘투표 자격이 있는 당원이 아님에도 투표했다’는 답을 받았다고 공개한 데 대해 “내가 아는 한 당원은 피곤한 상태에서 전화를 받아 짜증나 당원이 아니라고 답했다”고 강변했다. “당원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국민 눈높이를 먼저 맞추려고 하면 진보정당 못한다”(안동섭 운영위원)는 말까지 나왔다.

정회 시간에 유 대표가 “회의가 진행이 안 된다. 참관인을 내보내야 한다”고 하자 이 대표는 “당을 걱정하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이에 유 대표는 격앙된 목소리로 “다 당원이고 걱정한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라며 언성을 높여 험악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 전국운영위원회 ::

통합진보당 당헌에 따라 △당규의 제정과 개정 △주요 정책 및 당 방침 수립 △공직선거 후보 인준 △공동대표단에서 제출한 안건 처리 등을 담당하는 당의 대의기관으로,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 다음의 권한을 갖는다. 운영위원은 모두 50명. 민주노동당 출신이 55%, 국민참여당 출신이 30%, 진보신당 탈당파 출신이 15%를 차지한다.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가 전국운영위 의장을,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공동대표가 부의장을 맡고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통합진보당#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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