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깨지나]당권파, 경기동부연합의 ‘몸통’ 이석기 지키기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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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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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당선자
이석기 당선자
통합진보당의 민주노동당(NL계·민족해방계열) 출신 당권파는 3일 비례대표 2번 당선자 ‘이석기 살리기’에 사활을 걸었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당권파가 경기동부연합의 실세인 이 당선자를 사퇴시킬 경우 10년간 공들여 쌓아온 당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여기서 밀리면 죽는다’는 인식으로 당권파가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게 진보진영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이날 통진당은 이 당선자가 최근 유시민 공동대표를 찾아가 ‘당권 거래’를 시도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당권파인 우위영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유 대표는 이 당선자와 만나서 현 시국 상황과 당의 진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며 “당권 거래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시국 상황과 당 진로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게 당권 문제와 비례대표 경선 부정 수습책인데, 이것 빼고 무슨 얘기를 했다는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박 보도자료가 나온 시점은 공교롭게도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가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였다. 국민참여당(친노무현 그룹)과 진보신당 탈당파(PD계·민중민주계열)가 주축인 비주류에서는 “윤 당선자가 부정 경선 사태에 책임지고 물러나자 당권파가 곧바로 ‘이석기 감싸기’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퇴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 당선자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국운영위원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인터넷매체 ‘민중의 소리’ 이사, 정치컨설팅 및 홍보·광고 기획업체 ‘씨앤피전략그룹’ 대표, 여론조사 업체인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등 민노당과 관련 있는 곳에서 일해 왔다. 이 때문에 그는 ‘경기동부연합 핵심 돈줄을 쥐고 있는 사람’으로 꼽히기도 한다. 당 관계자들은 “경기동부연합의 ‘두뇌’이자 ‘몸통’인 이 당선자가 사퇴하면 당권파는 조직 장악력이 약해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권파인 김승교 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변호사)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틀 전 발표된 당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총체적 부정, 부실 선거라고 하기엔 근거, 알맹이가 없다”며 “부정의 주체가 하나도 없는 조사 보고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공동대표와 거의 똑같은 발언으로, 당권파가 당권 사수를 위해 긴밀히 협의한 후 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부정의 주체로 당권파가 거론되는 데 대해 “현장투표와 관련해서 부실, 부정의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중 확인된 것들은 비당권파 후보들의 부정”이라며 “부정은 비당권파가 저질렀는데 책임은 당권파가 지게 됐다”고 역공에 나섰다. 이어 “조사위원 7명이 전부 비당권파이며, 위원장과 간사는 당권파에 반감을 갖고 있는 분”이라고 주장했다. 비당권파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이에 비당권파 인사는 “당 경선 관리를 책임져야 할 선관위원장이 부실 관리에 대해 사과는커녕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당 진상조사위의 위원장은 NL계 비주류인 ‘울산연합’ 출신 조준호 공동대표가, 간사는 참여당 출신 홍진혁 사무부총장이 맡았다. 여기에 참여당 출신 박무 서울 영등포지역위원장이 조사위원을 맡았다. 그 밖에 윤금순 이영희(이상 NL계 비주류), 오옥만 노항래(이상 참여당 출신) 비례대표 측이 지정한 4명이 조사위원으로 참가했다. 김 위원장은 진상조사위에 당권파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조사 결과를 못 믿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심상정 공동대표는 이정희 대표를 포함한 대표단 전체의 합의에 따라 진상조사위가 구성됐다고 반박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은 이제 ‘진흙탕 싸움’으로 향하는 양상을 보인다.

옛 민노당 출신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권파를 겨냥해 “그분들은 명백한 증거를 들이대도 아니라고 발뺌하고도 남을 분들”이라며 “이제까지 그래왔고, 이번 사건은 그분들이 결코 변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비례대표 당선자가 사퇴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불량품을 내놓고 반품 못해 주겠다는 배짱”이라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이번 부정선거를 NL계와 PD계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 것이 그 사람들(당권파)의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이석기#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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