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결선투표 끝에 당선된 신임 박지원 원내대표(왼쪽)가 김진표 전 원내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가운데는 박 원내대표와 접전을 펼친 유인태 국회의원 당선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주통합당은 4일 19대 국회 첫 원내대표로 박지원 의원(70·전남 목포·3선)을 선출했다. 2010년 5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원내대표를 지냈던 그가 1년 만에 다시 원내사령탑으로 돌아온 것이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며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6월 9일)를 총괄하게 된다. 그의 당선은 연대 파트너인 이해찬 상임고문의 차기 당대표 선출 문제를 포함해 다음 달 9일 열릴 전당대회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절반의 승리?
원내대표 경선은 박 원내대표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그룹의 좌장 격인 이 고문과 역할분담 연대를 하면서 당초엔 싱거운 승부가 예상됐다. 박 원내대표 측은 전체 127표 중 80표가량을 얻어 1차 투표에서 승부를 내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1차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박 원내대표 진영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1차 투표 결과는 박 원내대표 49표, 유인태 당선자 35표, 전병헌 의원 28표, 이낙연 의원 14표였다. 박 원내대표가 과반(64표)에 한참 못 미치고 전, 이 의원의 표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자 투표장은 술렁였다. ‘비박(비박지원)연대’를 결성한 세 사람의 표를 합하면 77표여서 박 원내대표와 유 당선자 간 결선투표에선 역전이 예상됐다. 긴장 속에서 치러진 결선투표에선 박 원내대표 67표, 유 당선자 60표. 불과 7표 차였다. 1차에서 이 의원으로 갔던 호남 표의 대부분이 2차에선 박 원내대표에게 쏠린 결과로 분석된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어떤 경우에도 독주와 독선을 하지 말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무서운 경고를 다시 한 번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박 역할분담론’에 대한 ‘담합’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또 그는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결정되는 대로 원 구성은 물론이고 가장 시급한 언론사 파업 문제, 민간인 불법사찰,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등에 대해 진상조사나 국정조사, 청문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원 구성과 관련해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상당히 강팀으로 구성하겠다”며 “박영선 의원이 그 중심(위원장)에 설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대여 강경투쟁의 선봉에 서온 인물이다.
○ 당권 향배는 예측불허
‘이-박 역할분담론’에 대한 거센 역풍에도 불구하고 박 원내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다음 달 9일 전대에서도 이-박 연대가 위력을 발휘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악조건 속에서도 박 원내대표가 승리한 만큼 이-박 연대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그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박 원내대표의 당선에 이어 이 고문이 당대표가 될 경우 ‘민주당이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는 비민주 정당’으로 각인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당 관계자는 “벌써부터 이 고문 측이 ‘대타’를 내세우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가 당초 합의대로 이 고문을 드러내놓고 도울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고문을 지원할 경우 당이 주류연합과 비주류연합 간 갈등으로 급속히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6·9 전당대회에서 반드시 공정하게 지도부가 선출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며 ‘중립’을 다짐했다. 당대표 출마를 적극 검토 중인 김한길 당선자는 트위터에서 “박 원내대표의 승리는 계파 정치를 지지하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공정한 관리자로서의 비대위원장으로 일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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