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에 쌓여 있는 미처리 법안들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17일 법제사법위원회 소회의실 서고에서 아직 처리되지 않은 계류 법안들을 점검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회는 17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국회 몸싸움을 막기 위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역대 최다 직권상정, 역대 최악 몸싸움’이란 18대 국회의 오명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민주통합당 박상천 의원이 2009년 2월 첫 ‘국회 충돌방지법안’을 낸 지 3년여 만에 이루어진 합의다.
법안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이나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와 각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있을 때로 제한했다. 그 대신 예산안을 제외한 의안에 대해 상임위 회부 뒤 30일이 지나면 자동 상정되도록 ‘의안상정 의무제’를 도입했다. 또 신속처리제에 따라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요구한 안건이 상임위에서 180일 넘게 머물 경우 법사위에 자동 회부된다. 법사위는 9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고 본회의로 넘겨야 한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당시 ‘최루탄 사태’처럼 극단적 선택을 막도록 본회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도 도입했다.
여야는 18대 국회 초반부터 각각 ‘폭력방지’와 ‘날치기방지’를 강조하며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2월 임시국회에선 처리에 잠정 합의하고도 의결이 무산됐다.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부결의 후폭풍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총선을 앞두고 19대 국회에서의 유·불리를 따졌기 때문이다. 직권상정이 어려워지면서 다수당에 불리할 수 있어서다.
여야는 국회선진화법을 24일 열릴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또 본회의에 계류 중인 2건과 3월 2일 법사위에서 대체토론을 마친 59건 등 60여 건의 안건도 함께 처리한다. 가정상비약의 슈퍼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과 온실가스 배출권 도입법 등이 포함돼 있다. 북한 장거리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대북결의안’도 처리될 예정이다.
당초 국회의원에 대한 입법로비에 면죄부를 주는 이른바 ‘청목회법(정치자금법 개정안)’도 처리 안건에 포함돼 있었지만 언론에 알려지자 뒤늦게 철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24일 본회의는 18대 마지막 본회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17대 국회에선 임기가 종료되는 2008년 5월에만 7차례의 본회의가 열렸지만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정국을 달궜던 때라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가 본회의가 열리지 않을 경우 각 상임위에 계류된 6600여 건의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112 위치추적법을 비롯해 시급히 통과시켜야 할 민생법안들은 국민 생명과 연결된 것으로 정치논쟁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민에게 호소하고 국회에 이해를 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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