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파문]박근혜, MB와 단절… 盧정부와도 차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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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권 법무 퇴진 요구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오전 긴급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야당에 특별검사제 도입을 제안하는 한편 청와대를 향해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이 벌어진 지 이틀 만에 특검 도입과 권 장관 사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30일 밤부터 긴박하게 진행된 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이명박 정부와의 단절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1일 유세장에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지난 정권, 이번 정권 할 것 없이 모두 저를 사찰했다고 여러 차례 언론에서 보도됐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도 “박 위원장은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을 막론하고 기관의 정치사찰과 허위 사실 유포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자신도 ‘피해자’임을 강조하며 현 정부와의 단절 및 분리 전략을 세운 것이다. 청와대가 “문건의 80%가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것”이라고 해명한 뒤에도 당은 야당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당 핵심관계자는 “당은 문건을 갖고 있지도 않고 내용도 모른다”며 청와대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전·현 정권을 민간인 불법 사찰을 자행한 ‘과거세력’으로 비판하면서 새누리당을 ‘변화를 주도할 미래세력’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박 위원장이 “새누리당은 불법 사찰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한 것도 진실 공방에서 벗어나 차별화하려는 맥락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통합당이 “박 위원장도 그동안 침묵으로 청와대의 민간사찰을 은폐, 방조한 것 아니냐”며 민간인 사찰 논란에 박 위원장을 끌어들이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즉각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2009년 4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국가정보원에 소위 ‘박근혜 사찰팀’이 꾸려져 박 위원장을 사찰했다고 주장한 점을 들어 “(박 위원장도 사찰당했다고 주장했던) 민주당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민간인사찰#박근혜#이명박#새누리당#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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