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파문]이명박-박근혜-한명숙, 얽히고설킨 삼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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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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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측 “친노 민주당 과거세력 묶어야 할텐데…”
한명숙측 “MB와 박근혜 한통속 엮어야 할텐데…”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을 둘러싸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여당이면서 현 정권과 긴장관계를 유지해온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등 3인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시시각각 충돌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까지만 해도 박 위원장과 한 대표는 한목소리로 이명박 정부를 공격했다. 박 위원장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 사퇴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제안했고, 한 대표도 권 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31일 오후 “문건 속 민간인 사찰의 80%가 노무현 정부 때 진행됐다”고 주장하면서 전선이 바뀌었다. 박 위원장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불법사찰이 이루어졌다”며 야당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다. 민주당은 박 위원장에 대해 “침묵으로 사찰을 방조했다”며 물고 늘어졌고, 청와대도 박 위원장이 요구한 권 장관 사퇴 요구를 거부하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박 위원장 측에서는 이번 사찰 건을 이명박 정부와 단절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그동안 정책 기조에서만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총선과 대선을 위해서는 새누리당이 단순한 ‘정권 재창출’ 세력이 아닌 ‘정권 교체’에 버금가는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번 사찰 논란을 통해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장악한 민주당을 ‘과거세력’으로 묶을 수만 있다면 일석이조다.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한명숙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상임고문 등 친노 출신의 민주당 지도부는 청와대의 사찰 역공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하면 대선 때까지 수세에 몰릴 수도 있다. 그 대신에 박 위원장을 이명박 정부와 한통속으로 엮어야만 반이명박 세력을 민주당으로 결집시킬 수 있다.

절박한 건 현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다. 19대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국회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여당마저 청와대와 선 긋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찰 논란에서 밀리면 레임덕 현상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을 수 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청와대가 질 수도 있어 적극적인 공세가 불가피하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민간인사찰#청와대#박근혜#한명숙#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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