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투표 4·11총선 재외부재자투표 첫날인 28일 한국인 전범 피해자 이학래옹이 부인 강복순 씨와 함께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생애 첫 투표를 하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올해 4·11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재외국민 투표가 28일 세계 107개국 158개 공관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투표장이 붐비지는 않았지만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일제강점기 때 끌려와 일본에 정착한 80, 90대 고령 유권자가 많은 일본에서는 ‘생애 첫 선거’에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이 많았다. 도쿄와 오사카는 이날 각각 371명과 378명이 투표했다. 주일 한국대사관 1층에 설치된 투표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지팡이를 짚은 노부부가 서로를 부축하며 들어서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전범으로 몰려 평생 고난의 생활을 해온 이학래 옹(87)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권을 행사해 본다”며 “광복절 이후 가장 감개무량한 날”이라고 말했다.
6·25전쟁 때 재일학도의용군의 일원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한 이봉남 옹(93)은 “12월 대선에도 참여하고 싶지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해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일부 유권자는 20개나 되는 정당 가운데 어디를 찍어야 할지 몰라 고민하기도 했다. 국내 거주지가 없는 순수 재외선거인은 정당만 선택하게 돼 있는데 각 정당의 정책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선거인 등록을 먼저 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투표를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의 귀국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희팔 옹(88)은 1시간 거리를 달려 투표소에 왔으나 사전등록이 안 돼 있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이날 총 181명이 투표에 참가했다. 투표소가 마련된 주중 한국대사관이 한국인 밀집지역에서 다소 떨어진 곳이어서 유권자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한 차를 타고 왔다. 정오에는 톈진(天津)에서 버스로 36명이 한꺼번에 와서 투표했다. 베이징에서 톈진까지는 차로 2시간가량 걸린다. 버스가 도착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파견된 최광순 영사가 문 앞까지 마중을 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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