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오바마 “아차, 마이크 켜진 줄 몰랐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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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선이 내겐 마지막… 선거 끝나면 MD에 융통성”
메드베데프와 속닥속닥… 러시아 방송에 그대로 보도
공화당 “저자세 외교” 공세

“내겐 이번이 마지막 선거다. 선거가 끝나면 내가 더 많은 융통성을 가질 수 있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이해한다. 블라디미르에게 이 정보를 전하겠다.”(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이 26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끝낸 직후 방송사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대화 내용이 언론에 그대로 공개되는 바람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공화당으로부터 ‘저자세 외교’라는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미사일방어(MD)라는 핵심 안보 현안을 선거와 연계하려 했다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할 처지다.

두 정상은 이날 90분 동안 단독회담을 끝내고 언론을 위한 포토세션이 준비되는 동안 영어로 속삭이듯 얘기했다. 아직 기자들이 회담장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여서 카메라가 벌써 켜져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이다. 하지만 대화 내용은 러시아 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찍혀 보도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은 테이블 앞에 앉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 상태에서 “이 모든 이슈들, 특히 미사일방어는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나에게 여유(space)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해한다. 여유에 대한 당신의 메시지를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이 나에겐 마지막 선거다. 선거가 끝나면 좀 더 융통성(flexibility)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당신 입장을 이해한다. 그걸 블라디미르(푸틴 총리)에게 전하겠다. 나는 당신 편이다”고 화답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5월 푸틴 총리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주고 자신은 총리를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란 미사일 위협 대처를 명분으로 유럽 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MD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은 MD시스템과 관련해 러시아에 굴복하려는 신호를 보냈다”며 “지금은 미국민에게 펀치를 날릴 때가 아니며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MD 시스템을 놓고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비난했다.

파문이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 중인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두 나라 모두 선거의 해인 2012년에는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뜻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대통령#러시아#미국#오바마#핵안보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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