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2012 4·11총선/표밭 현장을 가다]<2>광주 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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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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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호남의 기적 만들자” vs 통합진보당 오병윤 “野 단일후보 밀어야”

《 민주통합당의 ‘텃밭’인 광주 서을 선거구가 이번 4·11총선에선 ‘손님’ 격인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이 격돌하는 전장이 됐다. 호남 몫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진출한 후 꾸준히 광주에 공을 들여온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과 민주당의 양보를 받아내 야권 단일후보가 된 진보당 오병윤 후보가 맞붙은 것이다. 정남준 전 행정안전부 차관 등 무소속 후보까지 가세해 혼전 양상을 보이며 호남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
■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

광주 서을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26일 오전 자전거를 타고 금호동 일대를 돌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광주 서을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26일 오전 자전거를 타고 금호동 일대를 돌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6일 오전 8시, 광주 서구 풍암동 호수공원 사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를 향해 여러 차량 운전자들이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거나 파이팅을 외쳤다.

이 후보는 밤마다 퉁퉁 부은 다리를 잡고 앓지만 매일 오전 7시면 어김없이 기어 변속장치도 없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길 인사에 나선다. 사무실에는 오후 3시부터 한 시간만 머무를 뿐 오후 11시까지 자전거를 타고 유권자들을 찾아다닌다.

그는 “새누리당의 권위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철저히 낮은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 후보라는 점을 숨기지는 않았다. 어깨띠나 플래카드엔 ‘기호 1번 새누리당’이 명확하게 적혀 있다. 이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라는 권유도 많았지만 새누리당으로 당선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며 “노란색 일색인 땅에 파란 싹 하나 틔워주시면 사회통합과 지역발전의 열매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주에서 이번이 세 번째 출마다. 1995년 광역의원 선거 낙선에 이어 2004년 총선 때 광주 서을에서 그가 얻은 표는 고작 720표. 탄핵 역풍이 강하게 불던 때라 이 후보 면전에서 명함을 집어던지거나 욕을 하는 시민도 많았다. 요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22일 서울신문 여론조사에서 그는 33.3%를 얻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단일후보인 오병윤 후보(30.3%)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는 “5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주는 것을 보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호남예산지킴이’라는 띠를 두르고 다닌다. 2008년 비례대표 입성 이후 4년 내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으로 호남 예산을 챙겨온 그는 “이번에 당선되면 예산뿐 아니라 인사탕평에도 힘을 써 명실상부한 호남지킴이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는 “민주정의당에서 정치생활을 시작했다”는 오 후보 측의 비판에 대해서는 “5·18단체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유권자들은 이 후보 개인에 대한 호감은 많았지만 여전히 새누리당 후보라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풍암동에서 만난 이명오 씨(51)는 “34년 동안 광주에 살면서 민주당 후보만 찍었는데 이번에는 18대 때 광주지역 의원 8명이 할 몫을 혼자 한 이 의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무2동에서 음식업을 하는 김모 씨(48)는 “이 후보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고 (무엇보다) 새누리당 후보를 찍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 이정현 후보는 ::

△전남 곡성(54) △광주 살레시오고,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동국대 겸임교수 △18대 국회의원(비례) △광주인권상 3년 연속 심사위원

광주=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


26일 오전 광주 서을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가 금호동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광주=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6일 오전 광주 서을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가 금호동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광주=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합쳐 나온 후보입니다. 투표용지에 2번은 없어요. 바로 4번 찍으면 됩니다. 야권연대는 정권교체로 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26일 오전 11시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가 광주 서구 마륵동 마을회관에서 20여 명의 노인을 만났다. 넙죽 큰절을 올린 그는 10분 넘게 ‘호남 유일의 야권 단일후보’임을 강조했다. 간간이 박수도 터져 나왔다. “어머니가 전남대 총학생회장까지 지낸 제게 기대가 많았는데 민주화운동을 하느라 감방에 드나들고, 국회의원 선거 나간다면서 민주당이 아니라 진보당 명함 달고 나가니 매번 답답해하셨다”는 오 후보의 인생 고백이 이어졌다.

광주 서을에서 총선 도전만 이번이 세 번째. 30년간 재야에서 투쟁 일선에 섰던 그는 처음으로 당선 가능성이 내다보이는 조건에서 출마하게 됐다. 민주당이 이곳에 후보를 내지 않고 오 후보를 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 후보의 최대 선거전략 또한 ‘단일후보 홍보’다. 어깨띠도 통합진보당 상징색인 보라색과 민주당 상징색인 노란색이 섞여 있다.

그렇다고 상황이 녹록한 건 아니다. 민주당을 탈당한 서대석, 행정자치부 차관 출신인 정남준 후보(이상 무소속), 정통민주당 이점자 후보 등이 출사표를 내 야권 다자구도를 만들었기 때문. 오 후보로서는 민주당 성향 ‘표 분산’을 어떻게 막느냐는 게 당면 과제다. “노란색(민주당) 땅에 파란 새싹(새누리당) 하나 키워 달라”고 호소하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도전도 거세다.

오 후보는 “민정당 출신 불량 종자를 심으면 불량 새싹이 난다”며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 되는 걸 막으려면, 광주시민이 힘을 모아 야당 후보를 밀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박 위원장과 그의 측근 이 후보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지역주민의 반응은 엇갈린다. 주부 박모 씨(49)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단일후보로 내세운 오 후보를 찍겠다”며 “새누리당이 인물론을 내세워도 당 간판은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색의 일당독식을 바꿔보자’는 흐름도 감지된다. 마륵동 노인회장 정현진 씨(73)는 “아직 누구를 찍을지 다들 숨기고 있지만 이번엔 새누리당에 기회를 줘보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 오병윤 후보는 ::

△전남 화순(55) △조선대부속고, 전남대 국어교육과(3년 제적)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2010년 지방선거 야권연대 협상대표 △광주 서구 장난감도서관 관장

광주=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4·11총선#광주#새누리당#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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