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2012 4·11총선/표밭 현장을 가다]<1>‘대구의 강남’ 수성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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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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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한구 “경제 살릴 전문가” vs 민주통합당 김부겸 “지역주의 타파를”

《 4·11총선이 16일 앞으로 다가왔다. 동아일보는 246곳의 선거구 중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박빙의 격전지, 유권자의 눈길을 끄는 주요 선거구의 현장 민심과 주요 후보의 움직임을 차례로 소개한다. 먼저 대구의 ‘강남벨트’로 불리는 새누리당의 절대 강세 지역에 민주통합당 김부겸 의원이 ‘지역구도 타파’를 내세우며 도전한 대구 수성갑을 찾았다. 》
■ 이한구 새누리당 후보

4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이한구 후보가 25일 대구 수성구 시지동 고산성당 앞에서 시민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4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이한구 후보가 25일 대구 수성구 시지동 고산성당 앞에서 시민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제가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을 지낸 기간을 포함해 이명박 대통령 때 대구 예산이 세 배 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땐 이미 짜놓은 경제플랜으로 최종 결실을 이룰 겁니다.”

대구 수성갑 새누리당 이한구 후보는 25일 새벽 범어동 등산객 집결지를 찾은 데 이어 오전 8시 경북고 운동장 조기축구회장으로 이동했다.

그는 “8년 동안 기반을 닦았고 이젠 열매를 맺을 시기이니 막판 힘을 모아 달라”며 유권자들의 손을 맞잡았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걱정 마이소. 여긴 안 오셔도 다 새누리당이라요”라는 격려가 나왔다. 수성갑은 전국에서 보수 성향이 가장 강한 지역으로 새누리당의 텃밭 중 텃밭. 그러나 이 후보는 이날 긴장을 늦추지 않고 꽃샘추위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교회와 주민운동회장 등 10여 곳을 돌았다. 점심은 행사장 국밥으로 때웠다.

16대 비례대표 초선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수성갑에서 두 번 당선된 이 후보는 경북고 후배인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의 도전에 대해 “고마운 일”이라고 웃어넘겼다. “김 후보 덕에 내 실적이 언론의 주목을 더 받게 됐거든요.” 그는 이번 선거의 구도를 ‘실적 없는 과거 회상이냐, 실적 갖춘 미래 도전이냐’로 끌고 간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의 부인도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과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등 대규모 사업부터 고산3동 탱자마을 진입도로 건설, 경동초교 특별교실 건립까지 남편의 실적을 A4 용지에 가득 적어 주민들에게 읽어주며 지역을 누볐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 후보는 과거 민주화운동 경력만을 내세웠지 그 외 구체적인 실적과 비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각 의원들의 자체 평가 자료를 토대로 18대 총선 공약 이행률을 분석한 결과 이 후보가 71.4%, 김 후보가 21.1%로 나타난 수치를 제시했다. 지난 주말 지역 방송토론회 시작에 앞서 이 후보는 김 후보에게 ‘경제학원론’ 교과서를 선물했다고 한다. 경제 공부를 좀 더 하라는 의미였다고 이 후보 측은 말했다.

이 후보에 대한 태도는 엇갈렸다. 자영업을 하는 손영삼 씨(34)는 “이 후보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교사이니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가 김부겸이든 누구든 신경도 안 쓴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 김모 씨(44)는 “그동안 새누리당에 (표를) 몰아줘 대구가 무슨 발전을 했느냐. 이번에 정신을 차리게 할 것”이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 이한구 후보는 ::

△경북 경주(67) △경북고,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캔자스주립대 경제학박사 △16∼18대 의원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

대구=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가 25일 수성구 욱수성당 앞에서 시민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하고 있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가 25일 수성구 욱수성당 앞에서 시민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하고 있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저의 대구 출마가 결코 정치적 자살 행위는 아닙니다. 누군가는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깨야 합니다. 저의 정치는 대구에서 끝냅니다.”

25일 오전 7시 반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는 대구 범어시장 앞에 정차한 야유회 버스에 올랐다. 10여 분 ‘지역주의 타파’를 호소하며 지지를 당부했다. 박수도 터져 나왔다. 그는 “민주당에서 지역주의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제가 초중고교를 대구에서 마쳤다. 지역 연고 없이 출마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새누리당만 찍으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에서 전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출마한 수성갑은 대구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높아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성갑을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결국 ‘대구 여론의 1번지’ 주민들의 마음이 변해야 대구의 정치지형이 바뀐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16대부터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을 지냈다. ‘무난한 4선’ 의원을 버린 시기는 부산에서 민주당의 ‘황색바람’이 불기 전인 지난해 12월.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구지역 12개 선거구 중 10곳에 후보를 냈다. 달랑 2명만 출마했던 4년 전에 비하면 확 달라진 각오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의 옛 성적표는 초라하다. 17대 총선에선 야당 대표였던 조순형 민주당 후보가 수성갑에 출마했으나 득표율은 12.2%에 그쳤다. 18대 때는 이한구 한나라당 후보가 득표율 78.4%를 기록했다. 민주당 후보는 아예 없었다.

김 후보는 최근 한국자유총연맹, 상이군경회 등 지역 보수단체까지 찾아가 “국가안보를 무시하지 않는다. 편견을 거둬 달라”고 호소했다.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개인 휴대전화 번호도 공개했다. 수백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날 KBS 심야토론 출연으로 대구에는 25일 오전 4시 반에 도착했으나 10개 안팎의 하루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체중은 5kg이나 빠졌다.

지역주민의 반응은 엇갈린다. 노승태 씨(73)는 “좌파인 김 후보가 어떻게 대구에서 표를 달라고 하나. 경제통인 이한구 후보가 복지문제도 잘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흥 아파트 단지인 시지지구를 중심으로 한 젊은층의 변화 바람도 만만찮다. 대학생 이세영 씨(27)는 “새누리당 의원도 의원직을 빼앗길 수 있어야 지역을 위해 일한다. 젊은층이 투표장에 나서면 결과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상주(54) △경북고, 서울대 정치학과 △16∼18대 의원(경기 군포)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김부겸 후보는 ::

대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4·11총선#대구#민주통합당#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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