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이인영 “무원칙 공천” 면전서 비판… 궁지 몰린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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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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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성토장 된 민주 최고위

“느닷없이 전략지역이라니…” 韓대표에 강력 항의 민주통합당이 서울 동대문갑을 경선 지역에서 전략공천 지역으로 번복하는 바람에 공천에서 탈락한 서양호 예비후보(왼쪽에서 두 번째)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명숙 대표(오른쪽)에게 항의 성명서를 전달하려다 당직자들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느닷없이 전략지역이라니…” 韓대표에 강력 항의 민주통합당이 서울 동대문갑을 경선 지역에서 전략공천 지역으로 번복하는 바람에 공천에서 탈락한 서양호 예비후보(왼쪽에서 두 번째)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명숙 대표(오른쪽)에게 항의 성명서를 전달하려다 당직자들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휘청거리고 있다. 공천 때문이다.

‘무원칙·무감동·재활용 공천’ ‘옛 민주계-호남 숙청’ ‘이대(이화여대) 라인 공천’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으면서 급기야 7일엔 지도부 내부에서도 균열이 시작됐다. 최고위원들은 한 대표 면전에서 작심한 듯 쓴소리를 토해 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 한 대표가 임종석 사무총장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고는 돌파구가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무총장이 갖는 상징성과 무게가 있는 만큼 총장직을 박탈하거나 공천을 반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총장은 임명권자인 한 대표에게 거취를 맡긴 상태다. 한 대표의 대학 후배인 이미경 총선기획단장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점도 그를 임명한 한 대표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 지도부 내부 균열 시작

이날 최고위에서 포문을 연 것은 박영선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공천은 늘 시끄럽다’고 덮기에는 상황이 달라 보인다”며 “공천 기준이 무엇인지 확실히 답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임 총장을 비롯해 신계륜 이부영 이화영 전 의원 등 비리 혐의로 기소됐거나 유죄가 확정된 후보들을 공천하거나 경선에 진출시킨 데 대한 설명을 요구한 것이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공천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가면 누가 총선 결과를 책임질 것인가”라며 “특히 총선기획단의 적극적인 활동을 주문한다”고 꼬집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당의 운명이 절체절명의 고비에 접어들었다”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그는 공천심사위원회와 총선기획단으로 이원화된 당의 총선 태세와 관련해 “한계에 봉착했다”며 “조기에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천과 당 운영 전반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문성근 최고위원은 회의에 아예 불참했다.

이날 최고위 시작 직전에는 서울 동대문갑의 서양호 예비후보가 “대표님, 너무 억울해서 왔습니다. 이게 민주주의입니까. 경선을 돌려주십시오”라고 외치다 당직자들에게 끌려 나가는 소동이 빚어졌다. 동대문갑은 경선 진출자까지 확정된 상태에서 6일 갑자기 전략공천지역으로 바뀐 곳이다. 한 대표는 회의 내내 야권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공천과 관련해선 입을 닫았다.

민주당은 이날 경기 파주을에 박정 박정어학원 원장을 단수 공천했다가 보류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최고위는 이곳이 야권연대 협상 지역이라는 이유로 공심위의 ‘단수 공천’ 의결을 물리쳤다.

○ 임종석 “공천 반납? 할 말 없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임 총장의 거취는 당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임 총장이 물러날 경우 흠결이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총장 발탁과 공천을 강행한 한 대표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진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진 임 총장은 6일 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는 거취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 지도부 차원에서 나의 거취를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공천 반납 문제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내 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불출마를 선언한 장세환 의원은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 총장은 휼륭한 정치인이지만 사무총장에 임명하고 공천까지 한 것은 잘못”이라며 “인선과 공천에 원칙과 기준이 없으면 ‘우리 편은 공천, 반대편은 낙천’이란 얘기가 나온다. 물러나는 게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최고위원들이 임 총장의 거취를 논의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면서도 “국회의원 출마는 해야겠지만 총장직 문제는 본인이 결정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사실상 총장직 사퇴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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