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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中서 다리 절단수술 받은 ‘열세살 탈북 꽃제비’

입력 2012-03-05 03:00업데이트 2012-03-0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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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의 손길 받아 저는 살았지만 아직도 친구 18명이 위험합니다”
수술 후 다리를 붕대로 감은 채 앉아 있는 13세 탈북 ‘꽃제비’ 정모 군.(위 사진) 중국 당국에 체포될 위험 때문에 통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직접 쓴 편지로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왔다. 북한인권선교회 제공
백두산의 혹한 속에 불을 지펴 발을 녹이다 발이 타버린 13세 탈북 ‘꽃제비’ 정모 군. 끝내 다리를 절단하고도 더욱 암담한 처지에 놓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중국 당국에 체포될 위험 때문에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기약 없이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 유랑 걸식을 하던 정 군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꽃제비 친구들과 탈북을 약속한 뒤 선발대로 먼저 중국에 넘어왔다 화를 당했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한 속에서 몸을 녹이려 불을 지폈다가 그만 잠이 들어 발이 다 타버린 것. 다행히 소년은 현지 민간구호단체 관계자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구했다. 채널A 방송을 통해 처음 모습이 공개됐을 당시 발목까지 검게 그을린 발은 살갗이 벗겨져 진물이 흘러나왔고 발가락은 뼈가 드러날 정도였다.

▶본보 2월 6일자 A2면 영하 40도… 동상에 살갗이 벗어져도…


정 군은 발을 방치할 경우 생명이 위태롭다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멀리 떨어진 도시 병원에 가서 발을 절단했다. 사연이 보도된 뒤 2만 위안(약 354만 원)에 이르는 수술비의 일부를 한국과 미국의 선교단체들이 모금을 통해 후원하기도 했다.

발을 절단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정 군이 생명을 살려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전해왔다. “존경하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라며 운을 뗀 정 군은 “선생님들이 도와 발을 고쳐줘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편지 마지막에는 채널A 취재 당시 거짓으로 알려줬던 김모 군이라는 이름 대신 정○○이라는 본명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 군의 시련은 이제부터다. 발이 없는 상태에서 오도 가도 못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신분이 드러날까 봐 병원에도 못 가고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간단한 소독약 등으로 임시 처치를 받으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정 군의 사연을 본보에 알린 북한인권선교회 김희태 회장은 “정 군을 한국으로 데려오고 싶지만 제3국으로 가려면 1만여 km의 여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체력이 턱없이 모자란다. 또 장정 4명이 들것을 들고 데려와야 하는 등 비용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제3국행 도중에 다행히 중국 당국에 발각되지 않는다 해도 비용이 최소한 600만 원 정도는 든다고 한다. 현재 백두산에는 정 군과 함께 탈북한 친구 18명이 여전히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600만 원이면 이들 중 10명을 구출할 수 있는 액수다. 정 군을 중국 현지에 두고 돌보려 해도 많은 돈이 들긴 마찬가지다.

[채널A 영상] “저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봅니다” 북송반대 집회 참석한 안철수

백두산 탈북 꽃제비들을 한국으로 구출하는 단체 ‘통일시대사람들’의 김지우 대표는 “한 달에 탈북자 대여섯 명을 구출할 수 있는 후원금이 겨우 모금되는 실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정 군은 편지에 “선생님들 도와주세요”라고 손으로 꾹꾹 눌러 썼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윤영탁 채널A 기자 kais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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