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2005년 나경원의 판사남편이 ‘비방 누리꾼 기소’ 청탁… 당시 검사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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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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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받았다’는 女검사는 “할말 없다”

나경원 전 한나라당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에게서 나 의원을 비방한 누리꾼을 기소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고 당시 수사검사가 시인했다는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주장과 관련해 경찰이 해당 검사를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진실이 밝혀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나꼼수 주장과 관련해 김 부장판사나 박은정 전 서울서부지검 검사(현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 등 논란의 핵심 당사자는 모두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 2004년 누리꾼이 나 전 의원 비방

이번 사건이 불거진 것은 지난달 28일 인터넷에 올라온 나꼼수 ‘봉주 7회’ 편에서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김 판사의 기소 청탁을 받은) 박은정 검사가 (검찰) 공안수사팀에 자기가 (기소) 청탁 받은 사실을 말해버렸다”며 박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사건의 시작은 2004년 6월이다.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나 의원이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 행사장에 참석한 것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 의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나 의원 측은 누리꾼 가운데 “나경원은 친일파다. 이완용 땅 찾는 것을 도와줬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김모 씨를 2005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진정했다. 당시 사건은 경찰을 거쳐 나 의원의 남편이 근무하던 서울서부지법과 관할 지역이 같은 검찰청인 서울서부지검으로 송치됐다.

나꼼수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10월 24일 방송에서 “중요한 사건이 아니라서 수사가 진행되지 않다가 바로 재개됐는데 김재호 당시 서울서부지법 판사가 검찰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고소사건 피고소인에 대해 기소만 해달라고 기소 청탁을 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별 주목을 끌지 못했던 나꼼수의 기소 청탁 의혹이 큰 파문을 부른 것은 김 판사에게서 기소 청탁을 받았다는 박 검사가 기소 청탁받은 사실을 검찰 측에 밝혔다는 주장을 지난달 28일 추가로 내놨기 때문이다.

○ 당사자 함구로 의문만 커져


논란이 커지자 의혹의 핵심 두 당사자인 박 검사와 김 부장판사는 언론 접촉을 극도로 꺼리면서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오전 8시 40분경 부천지청으로 출근한 박 검사는 출근하자마자 우병우 부천지청장을 만난 뒤 “언론에 어떤 견해도 밝히지 않고 해 줄 얘기도 없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선 온종일 외부와의 접촉을 끊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내내 해당 의혹의 진위를 확인하려는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후 1시경 재판을 하기 위해 가던 길에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재판해야 돼서 지금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는 말만 남겼다.

지난해 10월 나꼼수 방송에서 기소 청탁 주장을 한 시사IN 주진우 기자를 나 전 서울시장 후보 측이 고발한 서울지방경찰청 사건을 지휘 중인 검찰도 “경찰수사 단계여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얘기만 했다.

○ 경찰, 사건 윤곽 잡을지 주목


서울지방경찰청은 나꼼수 측이 기소 청탁을 받은 당사자로 지목한 박 검사를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29일 “아직 박 검사를 조사할지 말지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 소환조사를 포함해 서면조사 등 조사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2, 3일 내에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검사가 근무 중인 부천지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지난달 28일 오후부터 29일 밤까지 박 검사를 응원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1300여 건이나 올랐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부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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