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열의 오버… ‘저축은행 피해’ 세금으로 보상 추진

“MB 특별법 거부권? 국회서 압도 가능”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 특별법이 대통령과 국회 간 ‘입법 전쟁’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불씨는 국회 정무위원장인 새누리당 허태열 의원(사진)이 던졌다. 허 의원은 14일 방송 인터뷰 등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데 대해 “거부권까지 행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우리(국회)가 압도하면 된다.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거부권을 압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 제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법률안에 대해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다시 법률안을 확정할 수 있다.

허 의원은 “정부의 감독 부실, 정책 오류로 저축은행 도산 사태가 빚어진 만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보상해주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의원은 저축은행 피해자가 많은 부산(북-강서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4·11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이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저축은행 피해자는 7만4000여 명으로 이 중 부산에 2만2000여 명이 있다. 이들 가운데 내 지역구의 유권자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 압도’ 발언은 내 의지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절차를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특별법 국회 처리에 대한 정부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으로 예금보험공사 기금을 지원한 적은 있지만 그때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며 “현재 예보 기금은 그때와 달리 예금자들의 보험료로 조성된 순수 민간기금인데 국민적 합의 없이 세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정무위는 9일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피해를 본 5000만 원 초과 예금자의 피해액 중 최대 55%까지 정부가 보상해주는 내용의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당장 예보 기금을 차용해 보상한 뒤 나중에 정부 예산을 편성해 예보 기금을 보전해 주기로 의견을 모았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여야 지도부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산과 광주 등 저축은행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민심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누구도 ‘불덩이’를 쥐려 하지 않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은 13일 오찬 회동을 열었지만 저축은행 특별법과 관련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정식으로 당정회의를 열라고 해당 부처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