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에 ‘3월 이산상봉’ 제의

  • 동아일보

“20일 실무접촉 갖자”
北, 전통문 접수도 거부

정부가 14일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북측에 전격 제의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판문점 적십자채널을 통해 대한적십자사 명의로 북측 조선적십자회에 ‘20일 개성 또는 문산에서 실무접촉을 갖자’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보냈다.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3월에 상봉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0년 11월 제18차 상봉을 마지막으로 이산가족 상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여건이 되면’이라는 전제 아래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북측은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측은 이날 전통문을 수령조차 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대화와 대결은 결코 양립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명박 역적패당의 ‘대화’ 타령이 요즘 더 극성스러워지고 있다. 대화를 운운할 체면도 없는 극악한 대결 광신자들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내민 것은 북-미가 23일 고위급 대화를 열기로 한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주거래 대상’인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몰입하기 전에 남북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남측과의 대화에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떠보기’ 측면도 있다.

또 정부는 이번 제의를 계기로 대화채널이 구축되면 천안함·연평도 도발, 금강산관광 재개 등 현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쌀을 포함한 식량지원 문제를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자세다. 통일부가 이날 민간단체 2곳이 신청한 4억5000만 원 상당의 의료기기, 결핵약 등의 대북 지원을 승인한 것도 이를 위한 대북 유화조치로 볼 수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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