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선출]4월총선 ‘박근혜 vs 노무현’ 구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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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2위… 친노세력 공식 부활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당권을 장악하며 정치적으로 공식 부활했다. 2007년 대선 패배 후 스스로 ‘폐족(廢族)’임을 선언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 지 5년 만이다. 그해 사라진 열린우리당이 선거의 해인 2012년에 재기한 것으로, 3개월 앞으로 다가온 4월 총선은 사실상 ‘박근혜 대 노무현’의 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통합당은 15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68)를 새 대표로 선출했다. 한 신임 대표는 2만1000명의 대의원 현장투표(30% 반영)와 76만5000여 명의 시민·당원 선거인단의 모바일 및 현장 투표(70% 반영)를 합산한 결과 득표율 24.0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문성근(16.68%), 박영선 후보(15.74%)가 2, 3위를 했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후보가 각각 4, 5, 6위로 최고위원직에 올랐다. 시민단체 출신인 이학영 후보는 7위로, 이강래 박용진 후보와 함께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시민통합당 출신 중에서는 문 최고위원만 당선돼 제도 정치권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한 전 대표의 당선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와 함께 주요 정당의 수장을 모두 여성이 차지하게 됐다. 한국 정당 역사상 ‘여성 천하’는 처음이다.

당 안팎 친노 세력의 지원을 받은 한 대표, 문 최고위원이 나란히 1, 2위를 기록하면서 민주당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반(反)이명박’ 전선 확대를 위해 주요 노선을 ‘좌클릭’한 채 대여 투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신임 대표는 이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과거에 묻고 이들을 심판하는 승리의 대장정을 시작할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혁신과 변화를 할 것이며 어떤 기득권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부자 증세 - 한미FTA 폐기”… 정책 ‘좌클릭’ ▼

또 “정책과 노선을 혁신하고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최고위원은 이날 전대 연설에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이 대통령의 법적 책임이 있으면 임기가 단 하루 남더라도 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 총선 대선 앞두고 열린우리당 부활

한 대표 체제 출범과 문 최고위원의 당선은 무엇보다 친노 그룹을 중심으로 당내 역학구도가 다시 짜이며 야권이 크게 출렁일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한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에 “서민과 정의가 이기는 대한민국을 구축하고 정치 혁신을 완수하겠다”며 공공연히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친노 세력과 함께 한 대표와 문 최고위원을 포괄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시민사회세력 또한 이번 전대를 계기로 제도 정치권에 얼마나 유입될지 주목된다.

당의 오랜 기반이었던 호남 세력은 이전보다 약해져 호남 색채가 흐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남 출신 박지원, 이강래 후보가 경선 기간 이순신 장군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라는 말까지 인용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한때 ‘빅2’로 꼽히던 박 후보는 4위에 그쳤다. ‘시민’들이 선거인단으로 대거 등록하면서 호남 결집력이 세를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호남세의 퇴조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 고른 지지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말도 나온다.

새로운 당내 역학구도는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공천에 확연히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한 대표는 공천에 대해 “완전개방형 국민참여 경선 도입으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며 “공천혁명을 확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천 과정에서 친노-시민사회-구 민주당 세력 간 정치적 조율이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하지만 자칫 완전개방형 경선을 이유로 특정 세력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할 경우 당내 화학적 결합에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 “한미 FTA, 굴욕적 불평등 협상”


“총선 승리 이뤄내겠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신임 대표가 15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확정되자 오른손을 들어보이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총선 승리 이뤄내겠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신임 대표가 15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확정되자 오른손을 들어보이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양대 선거를 앞두고 ‘한명숙 체제’의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수준 이상의 좌클릭 정책 노선을 표방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친기업 정책을 추진한 데 대한 국민의 폭넓은 반감을 감안해 대기업 개혁, 소득 상위 1%에 대한 증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등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신임 대표는 경선 기간에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소득 상위 1%에 대해 증세를 추진하고 (대기업) 법인세 증세도 추진해 연간 6조 원의 세수를 더 걷겠다”고 공언했다. 전대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한미 FTA는 굴욕적인 불평등 협상이라고 판단한다. 총선서 승리하면 반드시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는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현 정부 들어 19.3%까지 떨어진 조세부담률을 노무현 정부 시절 수준인 21.5%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민주당은 지검장 선출제,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에는 한 대표가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고초를 겪었다는 인식과 함께 ‘검찰을 손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고양=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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