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김정은 체제 떠받칠 ‘빅7’ 모습 드러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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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김기남-최태복-이영호-김영춘-김정각-우동측, 김정일 영구차 직접 호위

北 어제 김정일 영결식

37년간 북한을 독재 통치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28일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열렸다. 사망한 지 11일 만이다. 김 위원장의 영구차를 둘러싸고 걸은 후계자 김정은과 그를 보좌해 앞으로 북한을 이끌어 갈 핵심 지도부 ‘빅7’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조선중앙TV를 통해 생중계된 김 위원장의 영결식은 눈이 쌓인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앞 광장에 영구차가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날 김 위원장 영결식 행사는 오전 10시경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날부터 내린 눈 때문에 4시간 정도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먼저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눈물을 흘리며 영구차의 오른편 맨 앞에서 차량을 호위하며 입장했다. 김정은 바로 뒤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김정은 시대의 2인자’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따랐다. 이어 김기남 당 중앙위 비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순이었다. 영구차 왼편 맨 앞에는 ‘김정은의 남자’로 평가되는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섰다. 이어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이 뒤따랐다.

김정은을 포함한 이들 8명은 앞으로 북한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나갈 핵심 파워그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을 제외해도 군부 인사가 4명으로 김정은 시대에도 군을 최우선시하는 선군(先軍)체제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영구차는 육해공군과 노농적위대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금수산기념궁전을 빠져나가 거리행진에 나섰다. 김 위원장의 대형 초상화를 실은 차량을 선두로 김정은의 이름이 적힌 대형 조화, 운구 차량, 주석단을 태운 차량 순으로 이뤄진 운구행렬은 금성거리∼용흥네거리∼비파거리∼보통문거리∼천리마거리∼통일거리를 거쳐 김일성광장으로 향했다.
▼ 김정은 바로 뒤에 선 장성택… ‘北의 넘버2’ 대내외 과시 ▼

김 위원장의 시신은 다시 금수산기념궁전으로 돌아와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마찬가지로 영구 보존됐다.

이날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의 모습을 비추는 데 주력했지만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장성택이었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김정은을 ‘섭정’할 인물로 부각됐지만 김 위원장 사후 발표된 장의위원 서열은 232명 중 19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날 영구차가 등장할 때에는 김정은의 바로 뒤에 있음으로써 ‘실질적 2인자’이자 ‘사실상 섭정자’임을 대내외에 분명하게 알렸다. 그는 국정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이 국정을 장악하는 데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장 부위원장 뒤를 따른 김기남 비서는 김정일 후계체제는 물론이고 김정은 후계구축까지 우상화 작업을 지휘해온 ‘선전선동의 귀재’다. 북측 매체들이 김 위원장 사망 직후 김정은에 대해 ‘당과 군대의 최고영도자’ ‘21세기의 태양’ 등 김일성 김정일과 동급인 호칭을 붙이며 권력승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도 김 비서의 작품인 것으로 보인다.

최태복은 최고인민회의 의장(한국의 국회의장 격)과 당 중앙위 비서를 겸하고 있으며 당에서 외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최 의장을 내세운 것은 북한 지도부가 체제 안정을 위해 중국과 미국 등을 향한 외교를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영구차 왼쪽 맨 앞자리를 차지한 이영호 총참모장도 김정은의 총애를 받고 있음을 거듭 만천하에 알렸다. 이 총참모장은 김일성 주석의 빨치산 활동 당시 주치의를 지낸 것으로 알려진 이봉수 전 만경대혁명학원 원장의 아들로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지난해 9월 차수로 승진했다.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정치국 상무위원 직위까지 겸하고 있는 실세 중의 실세다.

이 총참모장의 뒤를 따른 김영춘 부장은 이 총참모장과 함께 군부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인물이다. 남한의 국방부 장관 역할을 하는 인민무력부장으로서 군부 내에 김정은 지휘체계를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정각 제1부국장은 김정은 시대에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총정치국은 인민군 내 정치사상 업무를 총괄하는 동시에 군 인사도 관장한다. 국장이 공석이어서 김 부국장이 국장 역할을 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부국장이 김정은의 군 장악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고 평가했다.

영구차 왼쪽 마지막 인물은 우동측 보위부 제1부부장 겸 인민군 대장이다. 보위부는 남한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조직으로 ‘정보통치’를 펼치는 김정은에게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현재 공석인 보위부장을 실제로는 김정은이 맡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김 위원장 애도기간의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대규모 중앙추도대회가 열린다. 새 지도자에 오른 김정은에 대해 충성을 다짐하는 절차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김정은에 대한 ‘충성 경쟁’은 시작됐다.

이날 노동신문에는 북한의 원로와 당, 군, 내각, 외곽단체의 주요 인사들이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글이 실렸다.

김 주석의 항일 빨치산 동료로 유일하게 원수 칭호를 갖고 있는 이을설 당 중앙위원은 “항일혁명 투사들은 백두산 시절의 열정과 기백으로 우리의 운명이고 미래인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높이 받들어 모시겠다”고 다짐했다. 이용철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1비서는 “김정은 동지만 있으면 반드시 이긴다는 필승의 신념을 간직하고 선군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빛나게 계승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곽범기 함경남도 당 책임비서, 조병주 부총리, 장영길 인민군 소장, 이재현 농업성 부상도 충성을 맹세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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