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촬영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이명박 대통령 사저. 청와대는 집 주변에 높은 건물이 많아 경호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백지화 검토를 지시했지만 이 대통령 사저를 둘러싼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당초 ‘0원’이라고 밝혔던 내곡동 사저 터 내 한정식집 건물 평가액이 ‘1억 원’이라고 적힌 감정평가기관의 평가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기세다.
18일 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한국감정평가협회 데이터베이스 기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청와대는 3월 나라감정평가법인에 사저 터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했고, 사저 터 내에 있던 한정식집(내곡동 20-17번지) 건물 가격은 1억2368만 원으로 평가됐다. 청와대가 그간 한정식집이 포함된 사저 터 가격이 너무 싼 것에 대해 논란이 일자 “지은 지 31년이 된 낡은 건물로 등기부등본에는 건물 공시지가가 ‘0’이었다”고 해명해온 것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백 의원은 5월 청와대의 의뢰를 받고 2차 감정평가를 담당한 한국감정원의 평가 기록이 12일 삭제된 것에 대해서도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삭제 시점은 10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저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 뒤로,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길에 오른 다음 날이기도 하다. 서둘러 자료를 감추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을 수 있다는 게 백 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이 국가예산을 들여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의 지분을 대신 사준 것 아니냐는 의혹은 그만큼 짙어지고 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사저 터의 감정평가를 의뢰했고, 1차 감정평가를 한 나라감정평가법인은 아들 시형 씨의 지분을 17억8737만 원, 대통령실 지분을 25억4277만 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형 씨는 11억2000만 원, 대통령실은 42억8000만 원을 내고 터를 매입했다.
민주당은 청와대가 미리 감정평가액을 알고도 국가예산으로 개인에게 이익을 준 것은 명백하게 형법상 횡령 및 배임에 해당된다고 보고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한편 19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로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와 경호처장 사임은 국민적 분노가 10·26 재·보궐선거의 악재로 작용하니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일반 시민이라도 자기 집을 사는 데 국가 예산을 쓰면 처벌을 받는다. 청와대는 솔선수범할 의무가 있는 만큼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제의 한정식집은 31년이나 됐고 사는 입장에서는 필요가 없어 터 매입가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이라며 “보통 거래에서 이 정도 된 건물은 가격을 매기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거듭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통령실이 계약할 때 감정평가가 필요했지만 시형 씨가 계약할 당시엔 평가서가 나오지 않았고 필요하지도 않았다”며 “한국감정원의 평가자료가 삭제된 이유를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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