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시민사회세력 격돌… 10·26판도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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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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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만 있냐. 우리도 있다.”(한나라당 이춘식 제2사무부총장)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 출신인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 이후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만 등에 업을 시민사회세력이 있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도 이명박 정권 탄생에 큰 역할을 한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세력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한나라당이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한 이석연 변호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접촉한 것도 그런 이유다. 다만 최근 양상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시민사회세력이 기존의 정당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견인’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정당 경쟁보다는 보수와 진보 시민사회세력 간의 장외 세 대결이 더 불붙고 있다.

현재 보수우파 성향 시민사회세력은 소위원회 형태로 ‘8인 회의’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보수 세력의 서울시장 후보를 뽑는 임시회인 셈이다. 8인 회의 멤버는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김종일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표, 유석춘 연세대 교수, 이갑산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상임대표, 최인식 국민행동본부 사무총장, 임헌조 선진통일연합 공동대표, 김정수 자유교육연합 이사, 이명희 공주대 교수다. 8인 회의는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대표적인 20여 명의 보수 시민단체 대표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역대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해 왔지만 이번엔 다르다. 보수 단체 일각에선 “이 변호사가 한나라당에 입당하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변호사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좌파 성향의 시민사회세력은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박 변호사의 지지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통해 바닥 민심을 다져왔다. 한 관계자는 “진보 진영 내에 이명박 정부의 공안수사에 대한 분노가 응축돼 있다. 이들이 박 변호사의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민주당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2단계 경선을 치르겠지만 입당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여야 정당은 최대한 시민사회세력을 끌어안겠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나경원 최고위원의 인지도와 이 변호사가 대표하는 보수 시민세력이 힘을 모으면 ‘어게인 2007’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민사회활동을 하며 수도를 지키기 위해 헌법소원을 진행했던 이 변호사와 당내에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후보(나 최고위원)가 화학적 결합을 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수면상태’로 있던 보수 시민세력을 활성화해야 서울시장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박영선 추미애 천정배 신계륜 후보 등 당내 경쟁을 통해 흥행을 불러일으키면서 박 변호사의 진보 시민세력을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당내 경선을 먼저 치른 뒤 박 변호사와의 2단계 통합경선을 치르겠다고 하면서도 박 변호사의 입당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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