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남북축구서 태극기 들었다고 항의”… 정몽준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 통해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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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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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평범하고 부족한 정치노무자입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4일 첫 자서전인 ‘나의 도전 나의 열정’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저를 기업인 체육인 정치인에 더해 돈 많은 사람, 고생을 모르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데, 곰곰이 제 자신이 누굴까 돌아보면 정치노무자”라고 말했다. 자서전에는 그의 인생 속 다양한 일화와 심경이 담겨 있다. 》
○ “박근혜, 남북 축구 문제로 화 펄펄 내”

책 표지 옷차림 그대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출판기념회에 앞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책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을 들어보이고 있다. 책 표지 사진과 같은 파란 셔츠와 청바지 차림이 눈길을 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책 표지 옷차림 그대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출판기념회에 앞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책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을 들어보이고 있다. 책 표지 사진과 같은 파란 셔츠와 청바지 차림이 눈길을 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근 박근혜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정 전 대표는 자서전에서도 좋지 않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2002년 대한축구협회장이었던 그는 박 전 대표로부터 남북 대표팀 간 축구경기를 요청받았다고 한다. 박 전 대표가 방북한 자리에서 북한 축구팀의 남한 방문을 제안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약속을 받은 데 따른 것이었다.

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를 만나 ‘선수 차출은 프로구단의 협조가 있어야 하고 국가대항전 날짜와도 맞춰야 한다’고 복잡한 사정을 설명했으나 (박 전 대표가) 화를 펄펄 내 각 프로구단에 통사정해 간신히 대표팀을 소집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박 전 대표가 경기 당일 ‘관중이 한반도기를 들기로 했는데 왜 태극기를 들었느냐’ ‘붉은악마가 구호로 ‘통일조국’이 아닌 ‘대한민국’을 외치는데 이는 약속을 어긴 것이다’라며 항의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 “대한축구협회는 경기 운영을 맡았을 뿐이고 이것은 정부가 해결할 사안이었다”며 “당시 정몽준 협회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위치에 있지 않았는데 왜 그분께 항의를 했겠는가.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세종시특위를 구성하는 문제가 당내 현안이 됐을 때 박 전 대표와 통화했는데 박 전 대표는 나의 특위 취지 설명에 대해 ‘알았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박 전 대표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박 전 대표는 전후 사정도 따져보지도 않고 대뜸 ‘전화하기도 겁난다’면서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당시 박 전 대표는 ‘제가 얘기할 사안이 아니고 말할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지 ‘알았다’고 긍정적인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정 전 대표가 사실이 아닌 통화내용을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정 전 대표는 아버지인 고 정주영 회장이 1972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발표했을 때 “국민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나는 독재의 도구 노릇이나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나라꼴이 이게 뭐냐?”며 혼잣말을 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 과정

정 전 대표는 2002년 대선 전날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과정에 대해 “마지막 날 명동 유세에서 노 후보는 ‘북한과 미국이 싸우면 우리가 말리겠다’며 기존의 한미관계를 부정하는 교묘한 표현을 썼다”며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한 공감대와 상호 간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집에까지 찾아온 노 후보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아 박대한 듯한 인상을 준 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대선 이듬해 현대전자 주가 조작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건을 회상하며 “지지 철회의 후유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 입당한 문제는 이상득 박희태 의원과,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위성전화에서 논의됐다는 일화도 전했다.

○ 현대가(家) 다툼에 대한 안타까움


정 전 대표는 정몽구 정몽헌 형제간의 다툼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2000년 현대그룹에서 벌어진 ‘왕자의 난(亂)’에 대해 “두 번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기억”이라며 “몽헌 형 주변에 있던 아버지의 비서 출신들이 몽구 형을 중상하고 폄하하면서 형제 사이를 이간질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전했다.

정 전 대표는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2000년 자신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 재정담당 임원에게 “몇 억 달러 내놓으라”고 요청했으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보낼 돈이라는 생각이 들어 거절한 일화도 전했다. 또 “2008, 2009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건희 정몽구 김승연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너무 서두르면 안 된다고 했는데 나중에 형님(정몽구 회장)이 무척 서운해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 푸틴에게 남-북-러 가스관 사업 제안

정 전 대표는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지난해 10월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만났을 때 ‘남북 가스관 사업’을 협의했다고 전했다. 당시 푸틴 총리는 액화천연가스의 선박 운송을 통한 한국 수출을 제시했으나 정 전 대표가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건설해 수송하겠다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러자 푸틴 총리는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면 어떡하느냐”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고 정 전 대표는 “북한에 주는 통과료도 가스로 주면 상관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자 푸틴 총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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