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나경원엔 미소… 이재오엔 견제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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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정치인, 나경원 겨냥 아니다” “계파이익 위해 일하면 용서 않겠다”
분당 재보선 실패 재연 우려… 서울시장 후보 언급 삼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놓고 사이가 서먹해진 나경원 최고위원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던지고 있다.

복수의 홍 대표 측근들은 1일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가 지난달 30일 강원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제2의 오세훈이나 이벤트·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고 한 것은 나 최고위원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 나 최고위원 측에도 이런 뜻을 전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범래 대표 비서실장 등도 이 같은 해명을 소속 의원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에 따르면 홍 대표는 “새 서울시장은 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를 포용하면서 서울을 보다 안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달 말까지는 언론의 검증과 주변 추천을 지켜보면서 적절한 후보를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설도 거듭 부인했고,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당 밖 인사들을 직접 접촉하는 것도 피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시장 후보군 중 한 명인 나 최고위원에 대해 이틀 전까지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나 지지도 결과는 인기투표로서 (서울시장 공천과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고, 최근에는 김황식 국무총리 카드에 흥미를 보이던 홍 대표가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당내에서는 서울시장 후보 공천이 4·27 경기 분당 국회의원 보선의 ‘공천 대란’처럼 악화될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나라당은 분당 보선 당시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제쳐두고 정운찬 전 총리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출마하자 별 전략도 짜지 못한 채 강 전 대표를 공천했다가 패배했다. 지금의 ‘나경원 vs 김황식’이라는 당 내 구도가 당 내외 인사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당시 ‘강재섭 vs 정운찬’ 구도와 비슷하게 흐르고 있고, 이러다가 ‘제2의 분당 사태’가 터질 수도 있다는 것. 당시 홍준표 최고위원은 ‘강재섭 후보론’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나 최고위원은 당 내에서 몇 안 되는 ‘강재섭계’로 분류된다. 하지만 나 최고위원은 아직까지 홍 대표와 주변 측근으로부터 직접 ‘화해의 제스처’는 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직자 월례조회에서 “(서울시장 보선과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특정 계파에 줄 서고 그쪽 이익을 위해 일하는 당직자들은 밝혀지면 용서치 않겠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어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행동은 당직자 여러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을 위해 정말 헌신하고 발전 가능성과 희망이 있는 당직자는 내년 총선에 등용할 것을 다시 약속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2008년 원내대표 시절부터 당직자들의 줄서기를 경고해 왔지만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인 이재오 전 특임장관의 당 복귀를 앞두고 나온 발언이라 당내에선 당내 지분이 큰 이 전 특임장관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또 자신의 최측근인 김정권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당 사무처가 움직일 것을 재차 당부했다. 홍 대표는 “당직자들이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뭉치지 못하고 사무총장 말보다 외부 말을 듣게 된다면 또다시 우리는 야당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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