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엔 춤바람… 부유층 자녀들, 케이팝 개인교습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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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엔 칼바람… 김정일 “평북, 자본주의 날라리판 됐다”

최근 북한에서도 남한의 케이팝(K-pop)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당국의 엄격한 검열에도 불구하고 부유층 자제를 중심으로 한국 최신가요와 춤을 배우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6일 “이제 북한에서도 ‘소녀시대’ ‘빅뱅’ 같은 한국 댄스그룹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며 이런 동향을 소개했다. 북한을 오가는 한 중국인 무역상은 RFA에 “요즘 평양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 댄스 바람이 불었다”며 “얼마 전 부유층 아줌마가 ‘소녀시대’의 CD를 얻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RFA에 따르면 평양 중구역이나 대동강구역에 사는 10대, 20대의 부유층 자녀들 사이에서는 ‘디스코를 출줄 모르면 아이들 틈에 끼지도 못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댄스가 유행이다. 개별 댄스교습까지 등장해 강사들이 한 달에 20달러가량을 받고 집이나 연습실에서 춤과 노래를 가르치기도 한다.

이 무역상은 “요즘 부유한 집 부인들은 자녀들에게 손풍금이나 기타 같은 악기를 배우게 하지 않고 춤과 노래를 동반한 현대무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일성종합대나 평양상업대 등 일류대학에 다니는 고위 인사 자제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검열을 피해 한국가요나 서구음악을 즐기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북한 내 한류 열풍은 탈북자들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중 접경지역을 통한 한국 드라마와 가요CD의 유입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걸그룹을 포함한 유명 가수들의 인지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탈북자 정착교육시설인 하나원 관계자는 “탈북 학생들도 한국의 가요와 춤을 많이 좋아하고 쉽게 잘 따라한다”며 “하나원 수료식이 열릴 때 학생들이 준비하는 댄스공연은 남한의 가수나 학생들 뺨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한국풍 등 외부 사조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며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외부의 바람은 김정은 후계구축 과정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초 신의주를 시찰한 자리에서 현지 주민의 옷차림과 무질서 등에 대해 “평안북도가 자본주의의 날라리판이 됐다”고 질책하며 검열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일의 직접 지시에 따라 공안당국이 ‘비(非)사회주의 단속 특별팀’을 구성해 주민의 휴대전화와 TV, 라디오 사용 등에 대한 검열에 나선 상태”라고 말했다. 또 북-중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탈북 방지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철조망을 보강하는 한편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북한시장을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기려 하는 등 통제에 부심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사회적 통제 때문에 북한에서 남한의 가요나 댄스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소수 특권층에 국한될 것”이라며 “그러나 남한 문화가 어떤 식으로든 북한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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