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원 3명 입국 저지]한국법 무시 9시간 생떼… 비빔밥 먹고 트위터 중계 ‘정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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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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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서 막무가내 버티기

1일 김포공항에서 입국을 금지당한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이 오후 8시 10분 돌아갈 때까지 9시간 동안 일행 중 한 명인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51)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생중계했다.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한 악의적인 비난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입국 거부 근거에 대해 납득할 설명을 받아야 한다. ‘아, 그렇습니까’라고 말할 순 없다” “입국 이유를 듣지도 않고 왜 법률조문이 우리에게 적용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부적절하고 불친절한 대응이다” “해를 끼치는 위험인물이나 테러리스트에게 적용될 조문이다. 일본 국회의원에게 적용될 게 아니다”라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일본 의원들이 공항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날 오전 11시 10분. 이들은 게이트에서 20∼30m 걸어 나왔으나 입국심사대로 가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들의 송환을 위해 임시로 마련한 입국심사사무실로 데려갔다.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53) 자민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영토다. 한일 간에 견해차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하고 자율적인 통행이 확보된 일본의 대표가 입국이 저지된다면 외교적으로 큰 문제다. 다시 오겠다”고 주장했다.

출입국관리소 측은 이들에게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 3호와 8호에 따라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음을 통보하고 강제송환결정문을 제시했다. 또 이들이 타고 온 항공기 기장에게 송환지시서를 교부했다.

그러나 이들은 완강히 버텼다. 입국 거부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그 사이 낮 12시 40분이 됐고 타고 온 비행기는 떠났다. 신도 의원은 사무실에서 화장실을 오가다 만난 기자들에게 “법치국가에서 타국의 국민 대표를 법적 근거 없이 처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날 오후 4시 24분에 떠나는 비행기에도 타지 않고 버티던 이들은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를 만난 뒤 떠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오후 6시경 공항으로 찾아온 무토 대사를 통해 “오후 7시까지, 8시 10분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지 결정하라”고 일종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임시 입국심사사무실에서 일반 송환대기실로 옮겨야 한다. 거기로 옮겨지면 중국에서 온 불법체류자와 같이 방을 써야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의원들은 7시경 출입국관리소 김포출장소장과 면담을 요청해 조건 없이 출국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입국 금지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일본에 돌아가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받을 것이며 송환에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출입국사무소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기자들에게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3시경 주한 일본대사관 직원을 통해 비빔밥을 시켜 먹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들이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며 직접 비빔밥을 고른 것으로 안다. 다들 맛있게 식사를 했다”고 전했다. 신도 의원은 이날 오전에는 한국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울릉도 오징어가 맛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김포공항 홍보실 관계자에 따르면 의원들은 귀국 비행기에 타기 전에 수행원들에게 “김을 사서 먼저 비행기에 타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8시경 신도 의원 등이 일본 하네다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자 일본 우익단체 회원 10여 명은 일장기를 흔들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들은 출국대로 향하는 의원들에게 “반드시 한국 방문을 성취하라”며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항 내 다른 일본인들은 이들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신도 의원은 비행기 탑승 전 기자회견에서 “입국 금지는 사전에 효력이 있는 게 아니고 우리가 입국을 시도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가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한국에 굴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비교적 조용하게 앉아 있었으며, 당초 한국 도착 후 맨 마지막에 비행기에서 내리려고 했으나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들어와 가장 먼저 내리게 했다고 같은 비행기 탑승객이 전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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