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 정치]원외 MB맨들 “이번엔 생존 못하면 정치인생 끝”… 표밭 다지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순장조 - 王측근… 내년 총선서 부활 꿈꾼다

“나의 화려한 날은 가고….”

청와대에 있을 땐 ‘왕(王) 비서관’, 정부에 있을 땐 ‘왕 차관’으로 통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2차관은 6월 퇴임 후 가급적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한 채 책을 쓰며 19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원외교 등 이명박 정부의 치적과 그 노하우를 기록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내가 주변의 덕만 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에게 나의 진정성을 전하겠다”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 중·남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박 전 차관은 10월경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이명박(MB) 정부의 ‘권력 시계’가 황혼으로 기울고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원외 MB맨’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하고 있는 원외 MB맨으로는 박 전 차관 외에도 이방호 대통령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장, 이동관 대통령언론특보, 박형준 대통령사회특보,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 김대식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있다.

이들에게 내년 총선은 정치적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MB와 거리 두기에 나설 공산이 큰 만큼 이들 중 일부는 내년 총선에서 생존하지 못하면 예측하기 힘든 정치 풍랑에 휘말려 크고 작은 고초를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은 물론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박 전 차관은 야권에서 저축은행 연루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 “지금도 이런데 나중에는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공천 파동’의 한복판에 있었던 이방호 위원장은 요즘 1주일에 절반가량은 이전 지역구인 경남 사천시에 머물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과 맞붙어 패한 이 위원장은 내년 19대 총선을 겨냥해 수시로 표밭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벌써부터 실전 준비 체제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때 친박(친박근혜)계의 공적으로 꼽히기도 했던 그는 “총선 후 6개월간 화병도 생기고 인간적으로 힘들었다. 나중에는 종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오로지 다시 실수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순장조’로 종종 거론돼 온 이동관, 박형준 특보도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특보인 만큼 활동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세론은 독”이라고 주장한 이 특보는 서울 강남권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특보는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살아온 서울 서초 또는 강남을에서 출사표를 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부인의 선거법 위반으로 내년 총선에서 출마하기 어려운 만큼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동갑에 나선다는 소문도 나왔다. 이 특보는 “(아무리 살아남는 게 중요하더라도) 별 연고도 없는 거기에 내가 왜 나가느냐. 붙으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부산 수영에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 특보는 이 대통령 관련 일정이 없으면 거의 주말마다 부산행 비행기를 탄다. 노인정 방문 등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행사에는 현역 의원 때보다 더 자주 얼굴을 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대 최연소 국회의원이었던 김 전 대변인도 권토중래를 위해 칼을 갈고 있다. 최근엔 구민체육센터 건립을 위한 교부금 7억 원을 지역구인 부산 연제구에 할당되도록 행정안전부를 설득했다고 한다. 지난해 한나라당 전남지사 후보로 나섰던 김대식 부위원장은 수도권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 중 몇 명이나 마지막에 웃을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부터 ‘탈MB’를 표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들이 공천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여권의 한 인사는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친이계 의원들보다 더 챙겨야 할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