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과서 독도 왜곡 파문]“한국, 반짝 반발 그칠것” 日정부내엔 ‘무시’ 분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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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관료-극우세력 이심전심… 2000년대 들어 ‘도발’ 강화

일본은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에 따라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표현을 점점 강화해왔다. 우익 성향의 문부과학성 관료와 극우세력이 이심전심으로 독도 영유권 도발을 강화하면서 여론을 자극하고 정권이 이에 편승해온 패턴은 오래된 공식이다.

독도 문제는 1990년대까지는 교과서에 간헐적 간접적으로 다뤄졌지만 2000년대 초부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 등의 표현이 본격 등장했다. 이는 1997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란 극우 집필단체가 등장하고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자학사관 탈피’ 주장이 힘을 얻는 시기와 일치한다.

역대 정권 중 가장 우익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2006년 출범 직후 애국심과 국가주의를 강화한 교육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2008년 ‘기미가요(일본 국가)를 부르게 하고 영토교육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과 ‘다케시마 영토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라’라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잇따라 채택됐다. 2009년 12월의 고교 학습지도요령도 마찬가지였다. 해설서는 교과서가 따라야 하는 지침서이기 때문에 이번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이 강화된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일본에서는 우익 세력이 ‘우리 영토인지 아닌지 예스(Yes)냐 노(No)냐로 대답하라’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기 때문에 정권의 운신 폭이 거의 없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지난해 8월 ‘한일강제병합 100년 담화’에서 병합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역사를 직시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독도문제 앞에서는 이런 역사인식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4월과 7월에 각각 발표될 예정인 외교청서와 방위백서도 독도 영유권 표현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4월 고교 교과서 검정도 마찬가지.

우익의 치밀한 전략은 2000년대 초 후소샤(扶桑社)판 역사교과서의 ‘노이즈(noise) 전략’에서 잘 드러난다. 너무 극우적인 내용을 담아 학교 채택률은 극히 낮았지만 시끄러운 논란 덕에 일반 서점에서 40만 부 이상을 판매하는 성과를 냈고, 독도문제에 대한 일본 국민의 관심을 끌어냈다. 우익은 영주외국인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에서도 집요하게 민주당 정권을 몰아붙여 거의 좌절시킨 상태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일본이 가장 아파하는 실효적 지배조치 강화보다는 사전 협조요청과 사후 항의라는 ‘말’로 반짝 대응하는 데 그치곤 했다. 일본 정부 내에 “우리가 도발해도 한국은 잠시 반발하다 그칠 것”이라며 은근히 한국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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