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입조심하란 얘기냐”… 軍안팎-정치권 비판여론 고개

  • 동아일보

‘국방개혁 307계획’에 반대하는 현역 군인에 대해선 즉각 인사조치 하겠다는 청와대 핵심 참모의 발언이 국방개혁을 둘러싼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청와대 내에서 그런 논의가 없었고 거론된 적도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방개혁을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 예비역 장성 간의 악화되는 ‘삼각 갈등’에 청와대가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발언이 국방개혁에 대한 군 안팎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으려는 군 당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인사가 “개혁 방향과 다른 건의를 하거나 지연 또는 방해할 경우 퇴출시키겠다”는 섣부른 발언을 함으로써 여론 수렴과 논의 자체를 봉쇄해 버렸다는 것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서 현역 지휘관이나 정책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개혁 설명회를 개최하면 누가 제대로 소신 있게 의견을 개진하겠느냐”며 “청와대 일부 인사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군 소식통도 “국방부가 예비역 장성들의 국방개혁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현역들을 설득하기 위한 세부계획을 수립 중인데 청와대 일각에선 과도한 대응에 나서 곤혹스럽다”고 귀띔했다.

나아가 국방개혁의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첫 단추가 현역 군인들에게 개혁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확실히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인데, 이런 발언은 오히려 군 내부 반발만 초래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군 소식통은 “일선 지휘관 사이에선 벌써부터 옷 벗지 않으려면 국방개혁에 대해 입조심하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온다”며 “이런 식으론 개혁의 당위성도 명분도 확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국방개혁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갈렸지만 강압적이고 일방통행식의 국방개혁 추진은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전 국방부 장관)은 “이제 여론 수렴 단계인 국방개혁에 대한 적극적 설득논리 개발에 앞서 강압적 발언은 군 통수권자에게 부담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은 “현역들이 예비역 뒤에 숨어 ‘집단 이기주의’를 발산하는 것도 문제지만 상황 관리를 제대로 못한 국방부의 책임이 더 크다”며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기 위한 청사진을 국방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문제의 발언을 한 청와대 인사를 겨냥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아닌 청와대 참모가 군을 겁주는 발언을 언론에 흘리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며 “이런 일들도 불만이 누적되면 언젠간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국방부가 개혁의 정당성만 강조한 나머지 충분한 의견 수렴을 소홀히 해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았다”며 “이런 상태로 개혁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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