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資法 기습처리 후폭풍]靑 “공정사회에 역행”… ‘국회 스스로 중단’ 강한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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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부권 검토 초강수

청와대가 국회의 정치자금법 개정 시도에 대해 7일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언급하면서 문제 삼은 것은 반대 여론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국민들이 옳지 않다고 믿는 쪽으로 법이 개정된다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민심이 작용할 게 뻔하다”며 “청와대의 향후 대응 방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회가 법 개정을 강행한다면 여론을 등에 업고서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니 국회가 스스로 중단해 달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청와대가 정교한 내부 논의를 거쳐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공표하고, 그 결과 국회의 법안처리 흐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졌던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내보내는 신호가 ‘거부권’에서 점차 ‘국회의 자기 몫 챙기기가 부당하다’는 쪽으로 흘러갔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앞으로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라는 입법 절차가 남은 시점에 튀어 나온 거부권 언급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가 평소 “입법은 국회의 고유권한”이라며 의견 표명을 자제해 온 것에 비춰 보면 이날 거부권 시사 발언은 이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 차례도 거부권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참모들은 청와대 거부권 시사 발언을 계기로 7일 국회 움직임이 ‘신중한 법안처리’로 옮겨간 것 자체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 참모는 “신용협동조합,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KT 링커스 사건과 관련해 의원 40여 명이 국회가 고쳐놓겠다는 정치자금법에 따라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며 “수사 도중에 면소(免訴) 여지가 있는 법을 만들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힘 있는 사람이 먼저 희생해야 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거론됐다.

한편 제헌국회가 1948년 구성된 이후 67건의 법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됐다. 이 가운데 23건은 국회에서 재의결돼 법률로 확정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 시절이던 2003년에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안 △현대비자금 150억 원을 포함하는 대북송금 특검법안 등 2차례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다. 두 법안 모두 다시 표결을 거친 끝에 전자는 재의결됐고, 후자는 폐기됐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대통령 거부권 ::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에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을 때 국회로 이를 돌려보내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의 권한. 국회가 이 법률안을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전과 같이 의결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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