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3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도회에서 “한국 교회가 사회적 갈등의 매듭을 풀고 국민통합을 이루어내는 가교가 되기를 소망한다”며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겸손하며 자신을 절제하는 자세가 지금 우리 사회가 화합을 이루고 성숙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중동의 정치 불안으로 국제정세가 매우 불안하고 세계경제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가 다시 한 번 힘을 모으면 당면하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슬람채권법·일명 수쿠크법)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동 석유자금(오일머니) 유치를 위해 이슬람채권에 세제 혜택을 주자는 이 법안에 대해 개신교계 일각에선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최근 이슬람채권법을 계속 추진하면 대통령 하야 운동을 벌이겠다고 해 헌법상의 ‘정교분리’ 위배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조 목사는 홍콩에서 1, 2일 열린 순복음 성회 일정 때문에 이날 행사엔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합심기도’ 순서를 인도한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다 같이 이 자리에 무릎을 꿇고 하늘 향한 우리의 죄의 고백을 기뻐하시는, (고백을) 진정으로 원하시는 하나님 앞에 죄인의 심정으로 먼저 1분 동안 통성기도를 하고…”라고 하자 대부분의 참석자가 무릎을 꿇었다.
이 대통령도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의자에서 내려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황우여 국회조찬기도회장(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 민주당 조배숙 최고위원 등 단상에 있던 다른 참석자들과 행사장의 앞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조배숙 최고위원은 양손을 어깨 위로 들어올리기도 했다.
합심기도 순서는 지난해 국가조찬기도회 때 처음 도입됐으며 무릎을 꿇고 한 것은 처음이다. 과거 대통령 중에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기도’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청와대는 “합심기도 방식은 인도하는 목사님에게 전적으로 달린 것”이라고 했다. 길자연 회장은 이슬람채권법에 반대한다.
이날 행사에 앞서 이 대통령은 환담장에서 손학규 대표를 만나 “자주 보네요”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개신교 장로인 이 대통령은 취임 이래 연례 국가조찬기도회 행사에 매번 참석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2차례만 빼고는 모두 참석했다고 조찬기도회 관계자들은 전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 일정 때문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 기간이어서 각각 1차례씩 빠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2009년 3월 18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관으로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경제난 극복과 국민화합’을 주제로 열린 대법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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