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3년 평가]교육 - 사교육 억제 “체감 못해” 문화 - IPTV-종편 도입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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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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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보 공개 노력만 3.4점 ‘보통 이상’

교육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보통 이하’인 평균 2.76점(5점 만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분야지만 그리 좋은 점수를 매기지 않았다.

5개 항목 중 ‘대학수학능력시험, 학업성취도평가를 비롯한 학교의 교육정보 공개’만 3.4점으로 ‘보통 이상’의 점수가 나왔다. 한 전문가는 ‘매우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동안 학부모들이 알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됐고 교육정보를 독점한 사교육 업체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교육정보 공개항목이 긍정적 평가를 받은 이유다.

하지만 정부가 역점을 뒀던 사교육 경감 대책은 2.6점으로 평균 이하로 나왔다. ‘사교육 줄이기’가 ‘사교육 죽이기’로 비칠 정도로 모든 정책을 여기에 연관시켜 추진하다 보니 혼선이 생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갑성 한국교육개발원 교원정책연구실장은 “눈에 보이는 사교육 통계만 줄이려고 할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사교육이 줄었다는 통계를 발표해도 실제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 그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평균 2.7점을 받은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공정성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잠재력을 발굴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는 “입학사정관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할 문제인데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바람에 기형적인 제도가 됐다”고 지적했다.

부실 사립대 구조조정 정책은 가장 낮은 2.2점을 받았다. 대학준칙주의에 따라 설립을 인가해 뒤에 대학이 크게 늘었고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한계 대학이 나오고 있다, 정부 주도가 아니라 시장경제와 경쟁의 논리에 따라 진행할 문제라는 의견이 나왔다. 대학의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지지부진해졌다며 낮은 점수를 준 전문가도 있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교육정책의 모토로 내세운 ‘자율과 경쟁’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되레 역행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자율과 경쟁이 제대로 이행됐느냐’는 질문에도 보통 이하(2.9점)의 점수가 나왔다. 김재춘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실질적인 성과를 낸 분야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고,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 3년간 가시적 성과에만 급급했다. 앞으로 어설픈 개혁보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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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교육정책에서 이명박 정부의 아이콘이나 마찬가지다. 교육수장이 된 뒤 사교육비 경감, 대입제도 개편, 사립대 구조조정, 국립대 법인화를 진두지휘했다. 국회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교과부 제1차관의 경험을 바탕으로 뚝심 있게 추진했다. 입학사정관제 정착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너무 무리하게 확대하는 바람에 부작용 우려가 적지 않다.
▼ 지상파 공영성 실현 1.9점 ‘최하 점수’ ▼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문화정책에 평균 이하인 2.46점(만점 5점)을 줬다. 조사는 전문성을 감안해 방송과 문화 콘텐츠 창작 분야의 전문가 10명씩에게 묻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비교적 높은 점수가 나온 분야는 방송통신의 경쟁력과 융합서비스 활성화를 묻는 항목으로 평균 3.1점이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TV(IPTV) 서비스 실시와 종합편성채널 도입 등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미디어시대를 맞아 종합편성채널 도입으로 신문과 방송의 벽을 허물고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도 “결과를 모르는 ‘중간평가’일 수밖에 없지만 큰 흐름에서 가야 할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미디어 구조 개혁의 외형은 구축했지만 아직 콘텐츠와의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의 공영성 제고를 위한 정책 평가에서는 정부의 책임만은 아니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평균 1.9점의 낮은 점수가 나왔다.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매일 연예인을 불러 잡담하고 이상한 드라마를 만드는 KBS 2TV가 어떻게 공영방송이냐”고 지적했고 유일상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룡화된 지상파 방송의 눈치를 보고 있다.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와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복지 프로그램, 창작 지원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정부가 문화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4명이 ‘대체로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핵심 콘텐츠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여전히 선택과 집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 예술인 창작을 위한 지원 항목에서는 10명 중 5명이 ‘대체로 못하고 있다’고, 3명은 ‘매우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중음악 분야에서 정말 지원이 필요한 곳은 주류 음악계가 아니라 창작을 이끄는 인디 음악이다. 하지만 지난 3년 이에 대한 지원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인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문화복지 프로그램과 관련해 “대체로 노무현 정부에서도 강조했던 내용들이다. 실질적 성과는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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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통신 융합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방송과 통신 분야에서의 다양한 규제를 완화한 것을 시작으로 인터넷TV(IPTV) 서비스 실시,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종합편성채널 도입 등 굵직한 현안을 처리해왔다. 이해관계에 따른 칸막이 규제로는 미디어 빅뱅시대를 헤쳐 나갈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지론이다. 3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연임 여부가 관심이다.
▼ 전항목 ‘보통 이하’… 그나마 보육은 양호 ▼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복지 정책에 비판적이었다. 5개 항목에 대해 1점부터 4점까지 다양한 점수가 나왔지만 어떤 항목이든 5점(매우 잘하고 있다)을 준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각 항목에 대한 평균 점수는 모두 보통 수준(3점)을 밑돌았다.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이 대통령의 공약 이행 여부는 평균 2.1점을 받았다.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는 주요 원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보험료율이 낮은 데 반해 의료 서비스 욕구는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회보장에 대한 우리의 평균 지출은 아직 낮은 편”이라며 “더 많이 내는 것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보장성을 확대하는 게 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맞춤형 복지’의 첫째 과제였던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2.8점)를 받았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종 평가지표는 출산율이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면서도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지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성과가 미진한 이유에 대해 문창진 CHA의과학대 보건복지대학원장은 “필수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뚜렷한 실적이 별로 없고 고령자 재고용 문제 역시 공약만큼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보육지원 예산이 확대된 것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지만 올해엔 국공립 보육지원 확충 예산이 삭감됐고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악화되는 등 단점이 장점을 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40명 (가나다순) ::


◇교육=김갑성 한국교육개발원 교원정책연구실장 김성훈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김재춘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 김정래 부산교대 아동교육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부권 동국대 사범대 교수 서정화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문화(방송정책)=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김훈순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방송학회장)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유일상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은혜정 서울과학기술대 연구교수 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문화(문화콘텐츠와 창작)=김윤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 박계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박창식 김종학프로덕션 대표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 이용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장선희 세종대 무용과 교수 조상호 나남출판사 대표 최병식 경희대 미술대 교수

◇복지=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김용익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문창진 CHA의과학대 보건복지대학원장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진석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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