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과학벨트 대통령 책임’ 발언에 정치권 파장

  • Array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대선 겨냥 충청민심 잡기” 분석 속 TK, 반발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다시 정치의 한복판에 섰다. 민감한 정치현안에 말을 아꼈던 그가 16일 정치권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 선정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과 책임을 언급했다. 한마디를 던졌을 뿐이지만 파장은 정치권 전체로 퍼지고 있다.

정치권은 17일 박 전 대표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했다. 당장 충청권에 힘을 실어줘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 논란 이후 자신에게 쏠려 있는 충청 민심을 다지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박 전 대표가 여러 이해가 충돌하는 정치 현안에 개입함으로써 정치적 부담도 함께 지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16일 “대통령이 약속한 것인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이 지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을 뿐 특정지역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지역마다 서로 아전인수 식 해석을 하고 있다.

충청권은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말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충청 출신 당직자는 “세종시 수정안 논란 때 강조했던 신뢰와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선 때 충청권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인 만큼 약속을 지키라는 얘기 아니냐는 해석이다. 박 전 대표가 좀 더 분명하게 소신을 밝히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17일 “세종시 때는 분명한 태도를 취했는데 과학벨트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평했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를 쥐어왔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가 과학벨트 입지 선정과 관련해 충청권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아일보의 신년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대전·충청 지역에서 48.8%의 지지를 얻어 고향인 대구·경북(TK) 지역(43.9%)에서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의 충청권 지지율은 44.4%로 TK(40.9%)보다 높았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 내에서도 박 전 대표의 이번 발언이 TK를 비롯한 다른 지역 표심을 자극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과학벨트 입지 선정은 정치권의 손을 떠난 사안인데 뒤늦게 박 전 대표가 개입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오히려 박 전 대표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TK 지역 의원들은 대부분 친박계다. 일부 TK 의원은 “충청에 올인하다 안방(TK) 뒤집어지면 어쩌려고…”라며 불만이지만, 드러내놓고 반발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TK 지역에선 과학벨트보다는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발언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한 지역구 의원은 “정부가 신공항 입지 발표를 계속 미룰지 모른다는 우려가 큰데 박 전 대표의 언급으로 미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16일 “신공항 문제도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것이다. 정부에서 그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서도 박 전 대표 발언에 촉각을 세웠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충청권은 물론 호남을 포함해 5개 권역이 과학벨트를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며 “박 전 대표가 ‘대통령 책임’이라고 말한 것은 또 하나의 정치적 발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