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전격 등원결정…영수회담은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3일 1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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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공전을 거듭해온 국회가 13일 민주당의 등원 결정으로 두 달여 만에 정상화됐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정상화의 선행조건인 예산안 파동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표명과 관계없이 등원하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이 외면하는 국회에 과연 등원해야 하는지 여전히 의구심을 못 버리고 있지만 우리라도 민주주의를 따르겠다"며 "독재화의 길로 들어선 이명박 정권이 국회를 우롱해도 민생을 위해 국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그러나 여야 영수회담에 대해선 "이 대통령에게 (대화의) 진정성을 기대할 수 없어 연연하지 않겠다"며 "청와대에서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데 우리가 굳이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말해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임시국회 의제에 대해 "민생법안 외에 다른 논의는 제외할 것"이라며 구제역 대책 및 책임자 문책, 서민예산 챙기기, 남북군사회담 거부에 따른 전쟁 발발설, 지난해 12월 예산안과 함께 강행 처리된 친수법과 서울대법인화법 등의 위법성 문제 등을 거론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반서민 정책노선을 막아야 한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목숨을 걸고 민생을 지킬 것이고 저는 저대로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현장에서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고 덧붙였다.

등원 시기에 대해 박지원 원내대표는 "언제한다는 것은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해 여야 원내대표 간에 사전 합의된 14일에서 다소 늦춰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월 국회는 일정과 쟁점 등을 놓고 여야 원내대표간 힘겨루기를 거치겠지만 늦어도 다음주중에는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2월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주류들이 이슈화하고 있는 국회차원의 개헌특위 구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강행처리 법안 재심의 및 직권상정 제한법안 처리 ▲구제역. 물가. 전세난. 일자리 등 '4대 민생대란'의 대책마련을 위한 국회 민생특위 구성 등을 강하게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상화와 관련, 김무성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늦었지만 민생을 위한 국회에 등원키로 한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야당과 협의해 야당 요구조건을 가능한 한 수용, 빨리 국회를 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오랜기간 만나지 못한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므로두 분의 회동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요구 조건이 완전히 합의되면 국회를 정상화하고, 합의가 이뤄지기 이전에는 국회 정상화가 쉽게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뒤 개헌과 관련해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통일된 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국회서 논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디지털뉴스팀
: 민주당 손학규 대표 2월13일 기자회견문 전문:
지난 주 또 한 명의 독재자가 물러났습니다.

'지도자의 오만과 탐욕'은 항상 국민의 함성에 무너져왔습니다. 역사는 국민의 편임을 우리는 또 다시 확인했습니다. 민심은 성북동 비둘기처럼 떠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희망대장정이 한 달 반을 지났습니다. 저는 현장의 민심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전국에 구제역이 창궐해 국민 모두가 고통을 받고 불안해합니다. 전세값 폭등은 가히 공포의 수준입니다. 주부들은 생필품 값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대학 등록금에 학생들이 눈물을 흘립니다. 민생이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서민의 삶이 정말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치적 수사가 아닙니다. 이대로 가면 절망입니다. 지금 민심은 가슴에 금간 성북동 비둘기처럼 떠나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접겠습니다. 저는 이 애타는 민심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민생 앞에서는 장님이 되고 귀머거리가 되는 청와대에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불법사찰을 자행하고, 야당을 짓밟고 반민생예산을 날치기 통과시키며 '독재'의 길로 들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지만, 기꺼이 마주 앉아 국민의 뜻을 전달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야당과 대화조차 꺼려합니다. 뭐가 그리 두려운지 모르겠습니다. 날치기 국회에 대한 유감 표명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저는 이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접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록 대화에 대한 기대는 접지만 마주 앉아 하려 했던 얘기는 해야겠습니다. 저는 오늘 멀리서라도 고함쳐서 저의 뜻을 전한 후, 국민만이 희망임을 믿고, 제 갈 길을 계속 가겠습니다. 민생에 실패하면 이명박 정권도 실패하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국민의 원망이 가축들의 핏물처럼 온 나라 시내와 강을 넘칩니다. 이제 다른 것 아무리 생색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국민이 겪는 민생위기는 엄연히 현실입니다. 국민들이 대통령 어렵게 하려고 자살하는게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의 민생관리 실패는 이제 어떤 공적도 삼켜버릴 것입니다.

대통령이면 대통령답게 민생파탄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십시오. 지금 이 나라에는 민생 챙기는 대통령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민생이 파탄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민생 외에는 보지도, 듣지도 말고, 오직 민생만 챙기십시오. 대화창은 닫아도, 민생의 창은 열어 놓으십시오.

국민이 주인입니다. 민주주의를 다시 배우십시오.

또 한 가지 말씀드립니다. 민주주의를 다시 공부하십시오. 이명박 정권은 불법적 사찰을 하고 인권을 유린했습니다. 야당과 토론 없이 날치기로 예산을 통과시켜 왔습니다.

예산 날치기만으로는 모자라, 국회에 상정도 않고 토론 한 번 거치지 않은 법안들을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재벌만 사면하고 검찰을 정권의 몸종처럼 부리며 법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습니다. 국가인권위를 무력화시키고, 힘없는 약자들에게만 준엄한 법의 칼날을 들이 댔습니다.

국민은 대통령의 국정목표를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대통령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민 자체가 대통령의 목표입니다.

국민의 큰 몸종인 대통령이 일을 잘하는지 감시하는 것이 국회입니다. 민주주의는 철학도 아니고 학술용어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지도자나 특권층의 것이 아닌, 국민 다수의 것임을 준엄히 명시한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국가권력의 소재를 말하는 것입니다. 대통령 개인의 독단으로 국회를 우롱하고, 민주주의를 농단하지 마십시오. 그야말로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행동입니다.

국회등원, 우리라도 정도로 가겠습니다. 민생을 이렇게 만들려고 그렇게 날치기를 했습니까? 민심이 흉흉해지고 이명박 정권이 실패로 끝나가면 귀하가 믿던 여당도, 검찰도, 언론도 돌아설 것을 모르십니까?

사실 저는 이명박 정권에게 정말 국회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또 이명박 정권이 그토록 외면하는 국회에 과연 등원해야 하는지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토론을 생략하고 틈만 나면 날치기에, 결국 힘으로 밀어붙여 반민생 법안을 통과시킨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또 다시 국회를, 야당을 들러리로 세우고 반민생 법안을 통과시키려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그러나 우리라도 민주주의를 따르겠습니다. 아무리 국회를 짓밟아도 저희는 국회로 들어가야겠지요.

선수는 끝까지 경기장에서 싸우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솔로몬 판결에 등장하는 그 어머니의 심정으로 국회를 다시 열어 보겠습니다. 독재화의 길로 들어선 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민주주의와 국회를 우롱해도 민생을 위해 국회를 열겠습니다. 저희 민주당이라도 정도로 가겠습니다.

비록 국회는 엽니다만 민주당은 이번 국회에서 이명박 정권의 반민생정책을 막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국회로 들어갈 것입니다! 이번 국회는 '민생국회'에 한합니다. 이번 등원이 이명박 정권의 독재행위에 대한 민주당의 면죄부는 아닙니다. 이번 2월 임시국회는 민생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민생법안 논의 외에 다른 논의는 근본적으로 토론에서 제외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이번 민주당의 국회등원의 주요 목표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1) 구제역 창궐에 대한 대책에 총력 다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해 책임을 묻겠습니다.
2) 날치기 예산으로 잃어버린 서민 복지예산을 챙기고 서민 경제 대책을 세우는데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3) 전쟁발발설을 추궁하고 이명박 정권이 전쟁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도록 따져 묻고 남북의 평화와 협력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4) 연말 날치기로 인해 국가중대사에 대한 토론이 생략된 친수법, 서울대 법인화 법안 등 날치기 법안을 바로잡고, UAE 파병과 관련한 위법성을 따지겠습니다
5) 굴욕적 양보협상이 된 한미FTA를 저지하고 한 EU FTA관련사항을 철저히 점검하겠습니다.
6) 대규모 국가부채 급증과 가계부채, 전세값 및 생필품 급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7)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금을 카드소득공제 폐지로 해결하려는 것을 반드시 막아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정치가 절망의 원천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누군가는 이명박 정권의 반서민 정책노선을 막아야 합니다. 정치가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목숨을 걸고 민생을 지키려 등원하겠습니다. 저는 저대로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현장에서 국민의 소리를 듣겠습니다. 정치가 희망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민주당은 국민만 믿고 정도를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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