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과학벨트]이회창, “약속위반보다 약속 안했다는 거짓말 더 나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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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과학벨트’ MB발언 담은 USB 靑전달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신년 좌담회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충청 유치 공약 백지 검토’ 방침을 밝힌 뒤 ‘투사’로 변신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6일 청와대를 찾았다.

이 대표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과학벨트 백지화 망언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과의 약속은 천금(千金)보다 중한 것”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공약이 지켜질 수 있도록 강력하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를 약속한 발언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이동식 저장장치(USB 메모리)에 담아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전달했다. 여기엔 이 대통령이 “대전, 오송, 아산, 대덕을 중심으로 충청권에 광역 경제권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제 세계적인 과학과 세계적인 기업이 만나야 한다. 저 이명박이 이곳(충청)에 만들겠다”고 발언하는 장면이 담겨져 있다.

이 대통령이 좌담회에서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는 공약집에도 없다”고 한 데 대해서도 이 대표는 “이 대통령의 17대 대선 공약집에 나와 있고 지금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한나라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선진당은 이날 “약속을 어기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약속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의 ‘시위 현장’을 직접 찾은 정 수석은 이 대표에게 “과학벨트는 충청권을 위해서라도 정치적 잣대가 아니고 떳떳하게 공정한 법 절차를 밟아 결정돼야 한다”고 답했다. 입지 선정은 과학벨트특별법이 발효되는 4월 5일 이후 발족할 국무총리 산하 추진위원회에서 공정하게 선정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 발언이었다. 그러나 정 수석의 표정은 ‘꽤 복잡했다’고 지켜본 선진당 인사들은 전했다.

충남 공주-연기에서 두번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 수석은 대표적인 충청권 정치인. 지난해 7월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권유로 의원직을 포기하고 정무수석에 막 내정됐을 당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학벨트 공약은 (대통령이) 충청권에 내려와서 한 것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을 보좌하는 핵심 참모로서 충청권 민심을 대변할 수도, 그렇다고 충청권 정치인으로 이를 외면할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가 된 것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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