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의 ‘입’갈수록 매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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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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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비판에 이어 종교계-검찰에도 일침“복지-4대강 등 종교계 일부서 개입, 바람직하지 않게 흘러”

김황식 국무총리의 입이 매섭다. 정치권은 물론 종교계와 검찰까지 비판하는 강단을 보여주고 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본인의 소신대로 말을 하다 보니 김 총리의 발언에 점점 힘이 붙고 있다.

김 총리는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 포럼’ 특강에서 올해를 전망하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쟁이 격화되고 특히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지적한 뒤 “현안이 된 여러 갈등 과제가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치권의 복지 논쟁에 대해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이름을 거창하게 붙여서 논쟁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며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가는 것이 복지”라고 말했다. 그는 “왜 논란이 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며 “너무 심각하게 논의되는 건 정치인들의 뜻에 따른 게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복지는 시대 상황, 재정 상황 등 여건에 비춰 냉철하게 판단해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앞서 25일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과 관련한 정치권의 논쟁에 “(법에 따라) 공모절차는 절대 거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정치권에서 금기시하는 종교계 비판에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지난해를 돌아보며 “각종 사회적 이슈, 복지, 4대강, 세종시, 천안함 사건 등을 둘러싸고 논의가 많이 진행됐지만 지극히 비생산적, 비합리적, 소모적으로 진행돼 아쉽다”며 “이런 문제에 종교계 일부가 역할을 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에도 일침을 놓았다. 김 총리는 공정사회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피의사실이 외부에 노출되거나 언론을 통해 망신을 당하고 나중에 무혐의, 무죄가 되더라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명예가 다 훼손된다”며 “그런 식으로 수사가 이뤄져도 안 되고 언론에서도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총리 취임 4개월째를 맞은 김 총리는 34년간 판사로 재직한 데 이어 약 2년간 감사원장으로 일하면서 ‘법과 원칙’이 몸에 배어 있다고 그의 측근들은 입을 모은다.

이날 특강에서도 김 총리는 “내가 총리로서 특색이 있다면 정치권과 절연돼 있다는 점”이라며 “적어도 피상적인 이미지로 정치적인 행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의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인 논쟁에 휘말리지 않고 원칙을 세워 현장에서 집행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며 “그것을 못하면 총리로서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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