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시도지사 ‘작심발언’ 봇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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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낙동강 전선인데…” “TK, 산토끼로 돌아섰다”

한나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당 지도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민주당의 무상급식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응전략 미흡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입지 선정을 둘러싼 혼선이 광역단체장들을 화나게 했다.

○ “서울시는 ‘낙동강 전선’이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당 지도부와 광역단체장의 간담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오늘 아침 언론 보도를 보면서 한나라당의 당론이 어디로 가는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며 “함께 싸우지는 못할망정 당론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자치단체장의 힘을 빼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전면 무상급식에 맞서 주민투표 관철 승부수를 던진 마당에 일부 당 지도부와 서울지역 국회의원들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추진에 소극적 부정적 반응을 보인 데 대한 서운함이 묻어났다. 오 시장은 “서울시는 ‘낙동강 전선’이다. 여기서 밀리면 부산까지 간다”면서 “6·25전쟁 때 낙동강 전선을 지킨 것은 이길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겨야 하기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무상급식 문제로 오 시장이 고생하는데 당에서도 심도 있는 지원과 구체적인 해법에 대한 도움이 있기를 바란다”며 오 시장을 지원했다. 그러면서도 김 지사는 “한나라당이 포퓰리즘을 반대하는데 마치 복지를 반대하는 것처럼 될 수 있으니 당이 잘해 달라”고 말했다. ‘전략적’ 대응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울산도 무상급식 때문에 전쟁하는데 도와달라”고 말했다.

○ “산토끼 되자는 게 여론”


김범일 대구시장은 오 시장보다 더 강한 어조로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그는 “지난 정권 10년 동안 많은 차별을 받았는데 현 정부에서도 TK(대구 경북)는 잊혀졌다”며 “집토끼는 거들떠보지 않으니 우리도 산토끼가 되자는 게 지역 여론”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가장 확실한 지지 기반인 TK의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고 당 지도부에 경고한 것.

김 시장은 “과학벨트 논의를 보면서 굉장히 실망했다”며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들은 각오하라는 게 지역 민심”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나경원 최고위원 등이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 반발이 크다는 얘기였다. 안상수 대표가 “절제된 용어를 사용해 달라”며 제지했지만 김 시장은 “지역 언론에 나온 대로 말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대구시장이 현실 그대로를 말했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은 공개적인 절차나 과정이 존중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비공개 회의에서 안 대표는 “과학벨트를 놓고 지역별로 싸움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며 자중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구시당위원장인 유승민 의원 등은 “최고위원들부터 자중해야 한다”고 맞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 최고위원은 시종 눈을 감고 있다가 간담회가 비공개로 바뀌자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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